매일신문

'6년 결석' 캄캄했던 초등학교 행정

입학식 날 하루 달랑 오고는 안 온 아이 있는데…父 "이혼 후 친척집 맡겨서…"

경찰 교육 당국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어린이 청소년들에 대한 추적에 나선 가운데 경상북도 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적발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학교 측의 소극적인 장기결석 학생 관리가 불거져 나와 '학교의 제대로 된 역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산경찰서는 자신의 딸(12)을 6년간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A(38) 씨를 불구속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딸 B양을 2010년 3월 경산지역 한 초등학교 입학식 당일만 학교에 데려간 이후 그 다음 날부터 6년간 등교를 시키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은 지난해 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인천 11세 소녀 학대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이 7일 이상 장기결석 초교생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6년 동안 출석을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경찰에 신고됐다.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 5일 대구 달성군의 한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A씨의 주거지에 잠시 다니러 와 있던 B양의 소재를 확인, B양을 경북도 내 한 아동보호시설에 보호 의뢰했다. B양은 현재 이 시설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으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9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경산에 주소를 두고 혼자서 딸을 키워 왔으나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 생활형편이 몹시 어려웠고, 일 때문에 이곳저곳 옮겨 다니느라 딸을 여동생집 등 친척집에 맡겨놔 학교에 보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생활형편이 어려워 생계유지를 위해 이곳저곳 옮겨다니느라 딸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사실을 몹시 후회한다'고 진술했다"면서 "딸에 대해 고의로 학대한 흔적이나 정황은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B양이 입학했던 초등학교 관계자는 "B양이 입학한 후 학교에 나오지 않아 몇 차례 가정방문을 했지만 A씨와 B양을 만나지 못했다. B양이 장기간 결석을 하자 행정기관에 통보했고,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행방불명 등 부득이한 사유로 취학이 불가능한 의무교육대상자로 판단해 취학 의무 유예자로 정원 외 관리를 했다"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장기결석 학생의 소재 파악과 추적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하는 규정이 없다. 게다가 교육청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체 현황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인천 11세 소녀 학대 사건' 이후에야 장기결석자에 대한 추적 조사에 나서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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