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시끄러운 대구문화계는 행정 보신주의의 결과

대구문화재단 인사위원회가 명령 불복종과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인사위원 4명 전원 일치로 한전기 사무처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한 처장은 앞으로 3년간 공공기관의 직책에 임용될 수 없다. 2014년 10월 임용된 한 처장은 축제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재단 인사위로부터 6개월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이어 대구시는 대구문화재단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벌여 재단 측에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처장은 "업무 진행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이유로 한 해임 처분은 심하다"며 재심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대구문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랫동안 쉬쉬한 대구문화계의 관행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문화계 인사가 개방형 직제를 이유로 시나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과 사업소의 여러 직책을 맡았다. 이런 자리에 대한 공모 때마다 대구문화계는 사전 내정설에서부터 투서와 비방 등 제 살 깎아 먹기식 이전투구를 벌였다. 대구시가 "대구문화계는 음해가 판치는 시끄러운 곳"이라며 "아예 대구와 연관 없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낫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임용된 이후에도 말썽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여러 곳에서 제 사람 밀어주기나 횡령, 배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난히 임기를 마쳤다. 의혹을 확실히 밝혀내야 할 책임이 있는 대구시 등이 쉬쉬하면서 내부 문제로 처리하거나 재임용을 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했다. 대구시나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전형적인 행정 보신주의 때문이다.

대구문화계는 시끄럽지 않고, 부패한 곳도 아니다. 다만, 자리를 탐하거나, 자리에 앉은 뒤 저지른 몇몇 인사의 잘못을 명확하게 처리하지 않아 말썽이 많고, 시끄러운 곳으로 보일 뿐이다.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된다. 대구문화계의 반성과 자정 노력이 먼저지만, 대구시장 등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자치단체장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잠시 시끄럽더라도 잘못은 철저하게 처벌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대구문화계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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