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호준의 생활법률 <22> 생활판례-음주운전

혈중알코올농도 0.050%, 음주운전?, 운전 중이 아닌 상태에서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했다면,음주운전자에게 혈액채취 고지 않았다면 무효?,배기량 적은 사륜 오토바이도 음주운전하면 처벌

자동차 관련 소송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과 관련된 사건은 상습 음주운전부터 음주 측정 거부,음주 교통사고 등 다양하다. 음주운전과 관련된 눈여겨볼 만한 몇 가지판결을 살펴보자.

▶ 혈중알코올농도 0.050%,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렸고,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딱 0.050%로 나왔다면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

일반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50%라면 운전면허 정지 처분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이 맞다.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는 시작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음주측정 당시 시간을기준으로 음주 후 90분이 지났느냐, 아니냐에 따라 유·무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것은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해봐야 알 수 있다. 이는 음주측정기의 오차, 운전 시점과 측정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 등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 A씨는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라면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30m 정도 운전하던 중 음주단속에 걸렸고,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 올농도가 0.050%로 나와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

그런데 법원은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측정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이에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

쟁점은 최종 음주 시각이었다. 음주단속 적발 시각은 이날 오후 10시20분, 음주측정 시각은 오후 10시 29분으로 검찰과 법원 모두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최종음주시각 기준이 달랐다. 검찰은 A씨의 최종 음주 시각을 오후 8시 30분으로 본 반면 재판부는 오후 9시로 인정, 30분 정도의 차이가 났다.

그런데 이 30분이 A씨의 유·무죄를 갈랐다. 검찰 계산에 따르면 A씨는 오후 8시 30분에 술을 마신 뒤 110분 지난 10시 20분에 적발됐고, 그로부터 9분 뒤에 음주측정이 이뤄진 만큼 음주 후 90분이 지났을 때 혈중 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감소하는 것(위드마크 공식)을 감안하면 음주측정 당시(0.050%)보다 9분 빨랐던 음주운전 적발 당시의 수치가 더 높았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어 유죄라는 것이다 .

반면 재판부는 음주 후 90분이 지났을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는 것을 볼 때, 최종 음주 시각인 오후 9시로부터 80분 후인 운전 당시(오후 10시 20분)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 후 89분 후인 음주측정 당시(오후 10시 20분)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음주운전 처벌 기준치인 0.050%를 초과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사실 결과 조회서에는 최종 음주 시각이 오후 8시 30분으로 적혀 있지만 최종 음주 시각이 언제인지 명확히 조사돼 있지 않아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식당에 들어갔다가 나온 시간과 유일한 자료인 피고인의 진술을 감안할 때 최종 음주 시각을 오후 9시로 볼수밖에 없다"며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통상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후 계속 상승해 30분에서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른 뒤 그때부터 시간당 약 0.08%에서 0.03%(평균 0.015%)씩 감소한다"고 밝혔다.

보통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운전 사고나 뺑소니 등 음주측정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음주측정치가 딱 0.050%이다 보니 유·무죄를 따지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드마크 공식은 일반적으로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난 뒤 시간이 많이 지나 운전자가 술에서 깼거나 한계 수치 이하인 경우 역추산해 음주운전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기법이다.

▶ 운전 중이 아닌 상태에서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했다면

운전 중이 아닌 상태일 때도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하면 응해야 할까,거부해도 될까. A씨는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하자 '지

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아 음주측정을 하면 되느냐'고 항의했고, 지구대에 가서도 음주측정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혐의(음주측정 거부)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당시 운전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도 경찰이 운전자에 대해 음주측정을 요구 할 수 있고, 불응할 경우 음주측정 불응죄가 성립한다며 A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차가 한 아파트 앞 도로 중앙선에 정차돼 있다가 잠시 후 50m 정도 지그재그로 운행되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는 증인의 진술과 음주측정을 요구할 당시 혈색과 충혈 상태, 보행 및 언행 등에서 취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경찰관의 보고서 등을 볼 때 음주운전을 했다고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런 이유 등으로 경찰관은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었고, 이에 불응한 만큼 음주측정 불응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 음주운전자에게 혈액채취 고지 않았다면 무효?

음주운전 전과가 2회 있는 A씨가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렸다.그런데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확인한 경찰관으로부터 '수치상 면허정지 처분 대상'이라는 얘기를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한 A씨는 혈액채취에 의한 음주측정 요구를 하지 않은 채 그냥 그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경찰관의 말과는 달리 자동차운전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유는 음주운전 2회 이상 규정에 걸렸기 때문 .

이에 A씨는 단속 경찰관의 잘못된 고지로 혈액채취에 의한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그러나 결과는 원고 청구 기각. 혈액채취 측정은 호흡 조사에 의한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한해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해당하는 만큼 단속 경찰관에게 음주측정 방법이 있음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

재판부는 "단속 경찰관이 통상적인 행정처분을 안내한 것으로 보일 뿐 과거 음주운전 단속 전력까지 고려해 행정처분기준을 고지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음주운전을 2회 이상 한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해 운전 면허 정지 사유에 해당될 경우엔 재량의 여지 없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고지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경찰청 내부지침에 불과할 뿐이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

▶ 배기량 적은 저속 사륜 오토바이도 음주운전하면 처벌

50대 후반의 남성이 술을 마신 채 배기량이 적은 저속 사륜 오토바이를 몰았다면 선처를 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술을 마신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096%)에서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 없이 바퀴가 4개 달린 배기량 49㏄ 다륜형 오토바이, 일명 '사발이'를 운전한 혐의(음주운전 등)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기량이 적다고 해도 49㏄ 원동기를 장착하고 있는 만큼 도로교통법상의 '자동차 등'에 해당해 음주운전으로 봐야 한다"며 "또 당시 나이가 만 58세라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낄 정도의 연령대에 이른 교통약자로서의 고령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다만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많이 높지 않았고, 오토바이크기와 배기량이 적은데다 최고속도가 20㎞ 이하로만 운행할 수 있는 4륜 오토바이를 운전한 점 등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잠깐!-음주측정치에 따른 처벌

음주운전에 따른 처벌에는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과 벌금, 징역 등의 형사처벌이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미만일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아니고,0.05% 이상 0.1% 미만일 경우엔 운전면허 정지 100일, 70만~150만원 정도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일 경우는 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데, 형사처벌은 0.1% 이상 0.2% 미만일 때 벌금 150만~300만원, 0.2% 초과 0.35%까지는 벌금 300만

~500만원 정도가 내려진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35%를 초과할 땐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동종 전과 유무나 단속 전후 상황 등에 따라처벌이 가중·감경될 수도 있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은 입으로 부는 호흡기 측정과 피를 뽑는 채혈 측정이 있는데, 호흡기 측정에서 알코올농도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채혈 측정을 요구하지 않는 편이 낫다. 채혈 측정이 호흡기 측정보다 수치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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