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 제네시스 EQ900 3.3 시승기] 고속도로 앞차와 거리 유지하며 15초간 스스로

'명품'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 과시욕의 발현이었던 데서 자기만족을 위한 소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고급차 역시 이제는 '나에게 맞는, 내게 가치 있는, 나를 알아주는' 차가 선호되고 있다.

현대가 지난해 말 새 브랜드로 내놓은 '제네시스'는 이 같은 자기 만족감을 충족하기 위한 기준에 충실했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동대구지점에서 최근 출시한 EQ900(이큐 나인헌드레드) 3.3T-GDi 프레스티지 모델을 시승해 봤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대구 시내도로와 동대구나들목~수성나들목을 달렸다.

EQ900의 앞모습은 중후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패밀리룩으로 구현된 고유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적당히 날렵한 헤드램프가 어우러졌다. 에쿠스를 베이스로 한 만큼 뒷모습은 에쿠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뒤 램프는 모두 풀 LED로 돼 있어 고급스러운 인상을 한층 높여줬다.

내부는 고급 소재인 나파 가죽 시트와 리얼우드 내장재로 돼 있어 탑승자에게 편안한 승차감과 시각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특히 시트는 독일 허리건강협회(AGR)의 정형외과 의료진에게 인증받아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이 있어 차체에 키와 몸무게, 앉은키를 입력하면 체형에 적합한 시트 위치'높이와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스티어링 휠의 높이 등을 자동으로 추천, 변경해 준다.

도어에 설치된 스피커는 메탈 그릴'알루미늄 내장재를 채용해 뚜렷한 소리를 전달했다. 센터페시아는 12.3인치에 달하는 고해상도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채용, 한결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분할 화면을 적용할 시 2대 1 정도의 비율로 내비게이션과 멀티미디어 정보를 동시에 볼 수도 있었다.

기어 노브는 전면에 버튼으로 설치된 주차(P) 모드를 제외하고 후진(R), 중립(N), 주행(D) 모드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으며, 노브 바로 앞에는 공조'열선'오디오 등의 버튼이 가까이 배치돼 있어 노브에 손을 얹은 채로도 기능을 조작할 수 있었다.

시동이 켜진 운전석에 앉았다. 차는 시동을 켰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 편이었다. 주행 중 낮은 볼륨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동승자와 대화해도 외부 소리에 간섭을 받지 않을 정도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산차 최초로 '중공(속이 비어 있는) 공명음 알로이 휠'을 적용해 울퉁불퉁한 곳을 달릴 때 발생하는 타이어 공명음을 최대 5㏈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엔진과 변속기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출발부터 고속에 이를 때까지 기어가 밀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꾸준히 힘 있는 진행을 보여줬다. 이 모델에 채택된 V6 람다 3.3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m로 꽤 힘이 좋은 편이다.

승차감 역시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시속 100㎞로 달리는 동안 주행 차로를 급격히 변경해 봤으나 쏠림이 느껴지지 않는 등 수입차의 승차감과 비슷하다는 인상이었다. 이는 전자제어 시스템과 차체 통합제어 기능을 융합한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GACS: GENESIS Adaptive Control Suspension)이 적용돼 방향 제어 능력이 한층 높아진 덕분이다.

EQ900에는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Highway Driving Assist)이 탑재됐다. 차간 거리 제어기능(ASCC: Advanced Smart Cruise Control)과 차로 유지 기능(LKAS: Lane Keeping Assist System)을 작동하자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정한 속도에 맞춰 스스로 주행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차로 유지 기능은 약 15초 정도 차로를 유지하며 자동으로 달리다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기능이 해제된다. 이 밖에 주행 모드가 기존 차의 노멀모드, 에코모드, 스포트모드 외에 스마트(Smart)모드, 개인(Individual)모드 등으로 다양했다. 스마트모드로 주행 시 운전자의 운전 성향을 학습해 그에 알맞게 엔진과 변속기를 운용하고, 개인모드로 주행할 때는 사전에 운전자가 자신의 성향을 차체에 등록해 이에 맞춰 주행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은 연비다. 복합 연비는 8.5㎞/ℓ로 일본'독일산 경쟁 차량보다 낮은 편이다.

가격은 3.8 GDi 모델 7천300만~1억700만원, 3.3 터보 GDi 모델 7천700만~1억1천100만원, 5.0 GDi 모델 1억1천7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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