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 소재 국가기관 예산난, 크기도 전에 말라 죽는다

정부의 돈줄 죄기로 인해 지역 공공기관들이 기반시설 조성 등 사업 진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유치했지만 사실상 국가가 전략적 필요에 따라 설립한 국가기관이면서도 지원 예산을 크게 깎은 때문이다. 국비 예산 삭감은 지자체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어서 지자체 재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첨단의료복합재단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2016년 사업비로 총 687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가 '성과 부진'을 이유로 예산을 깎으면서 현재 확보한 예산은 고작 357억원(52%)에 그쳤다. 인건비'운영비 472억원도 요청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20억원만 반영됐다. 첨복단지 운영비는 당초 국가가 전액을 부담키로 약속했으나 지난해부터 지자체와 공동 부담으로 돌연 바꿨다.

한국뇌연구원도 3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올해 착공하려던 2단계 공사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약진흥재단 등 지역에 들어선 다른 국가기관도 예산 확보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각 기관마다 우수 연구 인력 확보는커녕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오히려 인력 유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장비 가동률도 크게 떨어지면서 자칫 절름발이 국가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커졌다.

아직 기반을 제대로 닦지 못하고 눈도 뜨지 못한 기관에게 빨리 날아오르라고 재촉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가 우선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해 골격을 튼튼히 만들고 경쟁력을 기르도록 여유를 준 뒤 성과를 엄밀히 평가해 페널티를 줘도 늦지 않다. 충분한 마중물도 없이 성과만 바란다면 연구 부실 등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전략사업일수록 로드맵에 따라 치밀하게 추진하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각 기관도 정부,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속도와 성과를 끌어올리고 전체 구성원이 국가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성공에 대한 열의를 높여야 한다. 관계 부처를 이해'설득시키고 소통력도 높여야 한다. 연구 성과는 뒷전인 채 정부와 지자체에 기대어 혈세를 축내는 것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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