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중심지의 공적 유휴지는 옛 동사무소나 관공서로 이용하던 곳이 대부분이다. '알토란' 같은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런 공간에 대한 효용성 있는 이용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추세다. 대구 시민들이 가장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북도청 이전터도 그중 한 곳이다. 거대한 관공서 하나가 이전하면 주변 상인들의 생계는 막막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을 위한 공적 공간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절호의 기회다. 안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시민들의 공적 공간 점유를 높일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떤 공간이 적당할까. 이에 대한 논의는 시민이 주축이 되는 공청회 등의 여론 수렴 과정을 통해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언젠가부터 서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확산이 책을 그저 고전 탐구의 하나로 여기는 분위기를 만든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하루는 북구 대현동에 있는 '대현도서관'을 찾았다. 5개월 전 문을 연 곳이다. 도서관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이 일대가 새 도로와 신축 건물들로 채워져 있어 어리둥절했다. 3층 규모의 깔끔한 외관과 도서관 간판은 쉽게 눈에 띄었다. 이곳도 옛 동사무소, 지금의 주민센터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든 사례다. 1층은 어린이와 주부들을 위한 공간으로, 2층은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3층에도 다양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와 명화 보기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서 정태식 씨는 "동 단위의 구립도서관이 자리 잡은 뒤부터 가장 큰 보람으로 느끼는 것은 문화적인 토대의 시발점을 이곳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공적 유휴지가 도서관으로 변모함으로써 지역 문화 인프라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유효 토지나 공간이 오로지 생산성이라는 수치나 눈앞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매긴 공개입찰의 대상이 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공적 공간이 늘어나길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과 상관없는 매각절차가 이뤄져 엉뚱한 개인시설물이 들어서는 경우가 왕왕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현도서관을 둘러보니 대구 지역 모든 동마다 이 같은 도서관이 한 개씩만 생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숨길 수 없었다. 이참에 '동마다 도서관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가칭 '우리 동네 도서관 설립 시민 모임'이라도 만들어 볼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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