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7살 9급·39살 순경…나이 제한 없어진 공직 사회

작년 30대 이상 새내기 222명…40,50대도 하던 일 접고 전업

26일 대구 서구 평리3동 주민센터에서 근무 중인 늦깎이 공무원 최은정 씨가 민원인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6일 대구 서구 평리3동 주민센터에서 근무 중인 늦깎이 공무원 최은정 씨가 민원인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늦은 나이에 새로운 직장으로 삼기엔 공무원이 제격이죠."

26일 오후 산격1동주민센터. 등초본 발급을 담당하는 공무원 김동현(40) 씨가 민원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옆 자리에 앉은 엄순경(28'여) 씨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업무를 처리했다. 서로 '주임님'이라 존칭 하는 두 사람은 인생에선 김 씨가 선배지만 업무에선 3년차인 엄 씨가 선배다. 김 씨가 나이 서른아홉에 공직의 문을 두드린 늦깎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30대를 넘은 신입 공무원이 늘고 있다. 2009년 공무원 시험 나이 제한이 사라지면서 기존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으로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늦깎이 신입 공무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30대 이상 신입 공무원 비율은 2011년 27.0%(108명), 2012년 25.6%(51명), 2013년 30.2%(94명), 2014년 40.5%(250명), 2015년 36.0%(222명) 등이었다. 이 중에는 40대를 넘은 새내기 공무원도 적지 않다. 2011년 40대와 50대 신입 공무원은 각각 7명, 2명에서 지난해 각각 36명, 3명으로 크게 늘었다.

40, 50대 신입 공무원들은 대부분 다른 일을 하다가 공무원으로 전업한 경우가 많다.

한때 출판업계에서 베테랑으로 이름을 날렸던 최은정(47'여) 씨는 세 번째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했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9급 행정직에 임용돼 서구 평리 3동 주민센터에서 복지담당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 씨는 "일을 배우느라 정신없다. 이곳이 내 마지막 직장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수성구청 기획조정실에서 일하는 김경태(59) 씨는 54세이던 2011년 7월 공무원이 됐다. 개인 사업이 잘 풀리지 않던 시기에 공무원 나이 제한이 사라지면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어느덧 6년차 공무원이 된 김 씨는 퇴직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경찰 공무원(대구 경찰청)도 30대 이상의 신입 순경이 2013년 15.7%(54명), 2014년 21.9%(68명), 2015년 17.8%(31명) 등이었고, 지난해의 경우 40대 신입 순경도 1명이 채용됐다.

39세에 순경으로 임용된 김기현 씨는 대구 동구 남신암지구대에서 실습을 받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 씨는 "아이들이 커가며 아빠의 공백을 느끼기 시작해 안정적으로 대구에서 일할 수 있는 경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많은 후배들을 대하기 불편하다는 선배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배려하는 분위기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무원 나이 제한이 없어지면서 신입의 연령대가 높아진 편"이라며 "늦은 만큼 열성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 나이로 인한 문제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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