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코카인은 상류층을 위한 마약이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카인 시장' 참여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제고, 즉 소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내도록 약의 성능을 개선하는데 매달렸다. 그 결실이 1980년대에 등장한 '크랙'(crack)이다. 코카인 분말에 베이킹소다와 물을 섞어 가열해 습기를 제거한 높은 순도의 정제(精製) 분말로, 코카인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크랙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베이킹소다가 달궈지면서 탁탁 튀는 소리(crack)를 냈기 때문이다.
크랙의 출현으로 코카인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래서 크랙 장사는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비치게 됐으며, 자연스럽게 '마약상=부자'라는 이미지도 만들어졌다. 미국으로 건너온 무일푼의 쿠바 난민이 '부자 마약왕'이 됐다가 파멸한다는 내용의 영화 '스카 페이스'(1983)가 크게 히트한 데는 이런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재산이 10억달러(1조1천300억원)에 이르는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처럼 부자 마약상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1990년대 미국 대도시의 크랙 거래상들은 대부분 자기 집이 없어 부모에게 얹혀살았다. 그 이유는 인도 출신의 미국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가 시카고 마약상들의 삶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가난이었다.
그는 마약상 중간 간부에게서 회계장부를 얻었는데 마약상의 서열별 수입액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마약조직의 고위 간부는 연간 50만달러의 높은 수입을 올렸지만, 이들에게서 급여를 받는 낮은 서열의 마약거래자들의 임금은 당시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시간당 3.3달러에 불과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조직원 중 상당수는 합법적인 업체의 최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기도 했다.
국내 조직폭력배의 세계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재소 중인 조직사범 30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월수입이 500만원을 넘는다는 응답은 20.8%에 그친 반면 100만원이 안 된다는 응답은 36.6%나 됐다고 한다. 특히 신입 조폭은 선배의 심부름을 하고 용돈이나 받는 수준이었다. 고급 양복에 돈을 물쓰듯하는 영화 속의 '멋있는' 조폭은 현실에서는 매우 드물다는 얘기다. 혹시 아직도 조폭이 멋있고 수입도 많을 것으로 착각하는 조폭 지망생이 있다면 당장 꿈 깨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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