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추진 중인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가 적지 않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대북제재에서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27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서 '중국의 벽'이 또 확인됐기 때문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베이징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나 강력하고 포괄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한 담판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것으로 보인다.
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의 입장차는 확연히 드러났다.
케리 장관은 미중이 '강력한' 제재 결의안 필요성에는 합의했다고 밝혔지만,대북제재의 구체적 조치에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에 대해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믿는다면서 중국의 역할을거듭 촉구하는 한편,"우리는 우리 국민과 동맹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취할 것"이라면서 설득과 압박을 병행했다.
그러나 왕이 부장은 북핵 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과 한반도 평화·안정 등 기존 북핵 3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중이 최고위급에서 직접 만나 담판을 시도했지만 근본적인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의 출발점인 안보리 결의 채택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작성한 안보리 결의 초안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여왔고 조만간 초안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입장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벽에 막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정말 아파할 수 있는 실효적 결의안을 채택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등 국제사회는 기존 안보리 결의안에서 제재내용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새로운 제재를 발굴해 추가하는 방식의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고 있다.
안보리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대북제재 결의 채택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이날 현재 22일째를 맞으면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안보리 결의 채택까지 걸린 23일을 넘기는 것은 이미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에는 5일 만에,2차 핵실험 때는 18일 만에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한미일은 막판까지 중국을 최대한 압박,안보리 결의를 이끌어낸 뒤 미흡한 부분은 양자제재를 통한 보완을 적극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등을 내밀며 막판까지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이란 제재시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던 것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정부,기업,은행 등도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세컨더리 보이콧' 요소를 포함한 조치를 미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한 대북제재법안이 최근 하원을 통과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하원 단일안을 통해 미국이 실제 '세컨더리 보이콧'을 대북 제재에 적용할 현실적 가능성도 커지고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연합(EU),호주 등도 양자차원의 대북제재를 준비 중인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과 함께 또 다른 핵심 플레이어인 러시아도 그동안 제재수위에서 중국과 비슷한 태도를 보여온 점에 비춰,결국 중국과 같은 행보를 취할 공산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5자회담에 대해서도 6자회담을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중이 이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양국 간의 갈등 파고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케리 장관이 "북한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심상치 않다.일각에선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에서 "사드로 중국을 핍박해서는 안 된다"면서 "서울(한국정부)이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그 (한국)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한중관계도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박근혜 대통령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면서 중국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지만중국은 여전히 손을 잡아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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