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민(48)은 딸과 관련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0년 전 잃어버린 딸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아버지가 우연히 떨어진 위성 로봇과 함께하는 여정을 담은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로 27일부터 관객을 찾고 있으니, 당연했다.
이성민은 "공교롭게도 '로봇, 소리'를 촬영할 때 우리 아이가 문제의 '중2병'을 앓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사춘기가 막 시작되는 때여서 충돌했던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문제가 심각한 건 아니었는데 짜증이 늘기 시작하고 매일 엄마와 충돌하더라고요. 어른들도 20대와 30대, 또 40대가 다른데 아이가 몸의 변화를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문을 팍 받고 들어가 버렸는데 열다섯 살 아이와 마흔 중반의 아저씨가 싸웠다니까요. 집에서 말다툼하고 촬영장에 왔는데 극 중 딸 유주(채수빈)와 차 안에서 싸우는 신을 찍었죠."
극 중 해관은 유주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알아채고 실망한다. 차를 타고 가다 "말 안 들을 거면 필요 없다. 네 마음대로 살아. 내려"라며 조수석 문을 강제로 열어준다.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과 딸 유주의 눈빛이 교차한다. 영화 전체 흐름을 아우르면서, 관객을 안타깝게 하는 장면이다.
이성민은 "나도 내 딸을 정말 사랑한다"며 "우리 애와 싸웠던 날 아이가 실종된다면 해관처럼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다"고 몰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현실 속 딸과 싸운 뒤 "깊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가족은 소중한 존재지만 한 번 틀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사춘기 때는 특히 그렇다.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무뚝뚝한 아버지 같아 보이는 이성민은 아이에게 잘 맞춰주는 편인 듯하다. 아이의 과거를 하나하나 되짚는 이성민. "아이가 태어나 기어다니고 걷고, 처음 심부름할 때 등등이 장면 장면으로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입학할 때도 생각나고요. 사실 초등학교 전에는 대구에서 엄마와 애가 같이 살고 저는 따로 살았거든요.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같이 살게 됐죠."
이성민은 요즘 들어 "딸과 내 습관이 너무 닮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것에 하나 빠져서 몰두했으면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걱정"이라는 고민도 털어놨다. "예전에 저도 정말 관심 있는 게 없었거든요. '아, 정말 내 자식 맞구나!'라고 생각한다니까요.(웃음)"
아직 딸은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못 찾은 게 틀림없다. 아버지도 아직은 기대하는 눈치다. 그 역시 20대 시절 대구에서 연극을 했고, 다소 늦은 나이였던 2000년대 초반 상경해 극단 차이무 단원으로 활동했다.
"연극 활동을 미친 듯이 했죠. 제가 사실 낯가림이 있어요. 주변 사람이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미친놈'이라는 소리도 들었죠. 연기할 때와 평상시가 다르니까 '성격이 안 좋다. 불만이 가득하다'라는 오해도 받았고요. 연기할 때 막 까불다가 '컷' 하면 가만 있으니깐 누가 봐도 그랬을 수 있죠. 20대에 연극할 때는 사람들의 기운이 버거워서 '연기 안 해야겠다'고 짐 싸서 나간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말도 저 나름대로 잘하는 편으로 바뀐 것 같아요.(웃음)"
'로봇, 소리'에서 시종 로봇과 호흡을 맞춰야 했던 그는 아직 몰입해 있는 듯했다. "운전하는데 내비게이션이 '졸지 말라고 말을 걸어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그런 영화도 재미있을 테니 참여해도 좋겠네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좀 더 스케일이 큰 영화를 기대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 미련이 남은 듯했던 그가 다음에는 좀 더 스케일 큰 SF 장르로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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