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JYP 소속 '쯔위'라는 대만 출신 만 16세의 아이돌 가수가 한국의 한 TV방송에서 자신의 모국인 대만의 국기를 들었다가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만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데 결정적 역할까지 했다고 한다. 제 나라 국기를 들고 나온 것이 무슨 문제가 되나 싶은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인데, '하나의 중국'이라는 구호에 민감한 중국인들에게 큰 반발을 초래하였다. 이제 문화예능 분야에서도 우리는 중국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만주 요하문명(홍산문명) 유적이 고조선 유적이 아니라 중국의 시조문명으로 둔갑되고 있는 기막힌 현실도 결국 다민족 국가의 통합을 유지하려는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민족 역사에 있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고아 신세에 내몰릴 지경이다.
그렇다면 동양의학 분야는 어떨까. 지금 중국은 초강대국의 힘을 앞세워 역사의 동북공정처럼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중의학으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도록 전 세계를 움직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의사들은 이를 '중의약공정'이라 이름 짓고 힘든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국이 주도하여 국제협약으로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의 특허소유권과 관련하여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중국 대륙에 서식하는 종류에 해당하는 모든 생물자원에 대해 중국이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이용하는 모든 의약품, 화장품, 바이오제품, 건강식품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 약초의 대부분이 백두산 등 만주에도 서식하는데 이를 빼앗기 위해 중국은 역사의 동북공정에서 써먹는 잣대를 그대로 적용시킨다. 중국 조선족의 전통의학을 '조의학'(朝醫學)으로 규정하며 동의보감과 사상의학 등이 바로 중국의학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즉, 우리 한의학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TCM(중국전통의학)이란 용어로 통일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표준화시키려는 작업을 강력하게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조상의 과학 유산인 한의약에 대한 보호 및 육성을 소홀히 하다가 이대로 가면 마치 쯔위가 자신이 태어난 나라 국기를 들었다가 사과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인삼을 고려인삼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곧 현실화될 것이다. 우리 영문 국호가 'Korea'(코리아)가 된 데에는 고려시대에 인삼이 대표 특산품으로 실크로드를 통해 서구에 널리 알려진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인삼은 백두산에서도 일부 생산되는데 중국은 이를 장백삼이라 하고, 우리의 인삼 사용에 대해 자신들의 허가를 받은 후 로열티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것을 보호하지 않으면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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