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잣말의 계절
-김지녀(1978~ )
푸르스름한 혀를 내밀고 너무 많은 말을 했어
너에게 나에게 우리에게 그러나 어떤 말을 해도 벌어지고야
마는 꽃잎들,
하나씩 사라지려고 하는 밤의 질문들,
바깥에서 피고 지는 것들이 나를 향해 돌진한다는 생각으로,
나는 피어나고 있다.
중략
(부분. 『양들의 사회학』. 문학과 지성사. 2014. 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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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에 대해 생각한다. 혼잣말은 혼자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혼자 듣는 말이기도 하다. 혼자 하는 사랑이 외로운 것은, 혼자만 들어야 하는 사랑이기 때문이듯이, 혼잣말은 혼자 하는 사랑과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혼잣말을 안 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말 속에는 애초부터 타인과 섞을 수 없는 것도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이유 또한 혼잣말을 해보기 위함이다. 혼잣말을 해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른 현대인의 고독은 혼자 사는 것보다 치명적이다. '너에게 나에게 또다시 피어나고 있는' 혼잣말은 우리의 허약한 문명을 드러낸다. 살아 있는 것 중에서 빛과 어둠에 가장 약하다는 인간이 문명 속에서 혼잣말을 여전히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적인 진보에 가깝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고백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인간은 외로워지면 혼잣말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깊은 곳에 혼잣말을 남겨두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중에 혼잣말처럼 아픈 인기척도 드물기 때문이다. 혼잣말은 세상에 무수히 떠도는 말 속에 자신의 살을 조용히 섞는 일이기도 하다. 혼잣말이므로 우리의 외로움이 되기도 하지만, 혼잣말이기에 견딜 만한 세상이기도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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