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스코, 도덕적 해이 극복 없이는 개혁 어렵다

포스코가 지난해 창립 47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는 소식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사상 처음 적자가 났다면 포스코가 비상사태를 맞았다는 것이고, 임직원들이 심기일전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포스코가 지금까지의 불합리한 관행과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포스코 본사'계열사가 많은 포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일부 임직원들이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하면서 회사의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6일 포항의 한 레스토랑에는 포스코에너지 직원 5명이 근무복을 입은 채 성대한 점심을 했다. 스테이크와 와인 등으로 점심시간이 훌쩍 지날 때까지 즐기다가 20만원이 넘는 식사 값을 법인카드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직원의 생일이나 축하할 만한 일에는 누구든 한턱을 낼 수 있고, 함께 모여 친목을 다질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어렵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마당에 법인카드로 이런 생색을 내는 것에는 어처구니가 없다. 2년 전 포스코가 부서 회식비를 확 줄이는 바람에 포항 식당가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아직도 직원들이 회사 돈을 흥청망청 쓰는데 익숙해져 있음을 알게 한다.

포스코에너지 본사는 서울에 있고, 포항에는 공장 1개를 두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계열사와는 달리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내면서도 불우이웃 돕기나 지역사회공헌 활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 실적도 미미하다. 더욱이 2013년 대한항공 여승무원에게 '라면 갑질'을 하다가 거센 비난을 받은 임원이 재직했던 회사여서 직원들이 처신을 더욱 삼가고 조심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과거에 고위 임원들이 비싼 곳을 들락거리며 법인카드를 써대거나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많이 봤다. 현재 권오준 회장이 비상 경영을 선언한 상황에서 비록 일부의 일탈 행위라고는 하지만,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는 직원들이 꽤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내부 분위기 탓이 아닐까 싶다. 국민기업 포스코가 회생하려면 임직원들의 마음가짐과 각오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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