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장묘문화 활성화] 폐기물 아닌 가족, 반려동물 '마지막 길' 좋아졌다

21일 반려동물 전문 장례예식장인 대구러브펫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장례 형식 용품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가족 같은 반려동물, 죽으면 폐기물'.

김모(64'여) 씨는 16년 동안 키운 반려견 '토토'를 지난해 저세상으로 떠나 보냈다. 남편이 사망하고 자녀도 모두 출가한 뒤 우울증으로 고생한 김 씨에게 토토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상실감이 컸던 김 씨는 토토를 자신이 자주 찾는 고향 산에다 묻었다. 김 씨는 "반려견 사체는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는데 가족 같은 아이를 그냥 버릴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1일부터 반려동물 사체가 폐기물로 취급되던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장묘문화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반려동물 사체의 상당수가 불법 화장'매장을 통해 처리됐지만 법 개정으로 정식으로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합법적 동물장묘업체 증가할 듯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1일부터 동물장묘사업이 동물보호법을 적용받는다. 그동안 동물장묘사업은 환경부의 폐기물 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처리돼 동물 애호가들의 반발이 컸다. 동물화장장 또한 폐기물 처리시설이라 설치 기준과 사전 승인 등의 절차가 까다로웠다.

이런 탓에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은 동물장묘업체는 전국 16곳에 불과하며 대구는 고작 1군데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이 죽은 뒤 적절한 장례 절차를 거치고 싶어하는 수요도 증가하는 반면 관련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화장이나 매장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동물장묘업 사업장을 개설할 때 설치 승인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동물화장이 일반 소각시설로 분류돼 2년 주기로 점검하던 다이옥신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이옥신은 주로 플라스틱 제품을 소각할 때 나오는데 동물 사체를 화장할 때는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정기검사 주기도 완화됐다. 폐기물 시설로 구분됐을 때는 3개월마다 검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6개월마다 검사를 한다. 10여 년간 동물장묘업체를 운영한 한 업자는 "입지 조건이나 시설 등을 갖추기가 어려워 그동안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장묘업체를 운영해왔다. 애견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만 홍보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승인을 얻어서 당당하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비싼 장례 비용 등은 문제로 남아

하지만 여전히 불법 매장 문제는 남아 있다. 장묘업체를 이용하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반려동물의 장례 비용은 화장시설 이용료 20만~30만원, 수의 5만원, 관 10만~30만원, 유골함 15만원 등의 수준으로 최대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전국적으로 연간 8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비용 부담을 꺼리는 주인들 탓에 암매장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를 산에 묻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며 국립공원 등의 공공장소에 매장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국가들은 동물 전용 공동묘지나 공공 화장시설 등을 운영해 장례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한편, 경남 창원시가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공공 장묘시설 건립을 추진해 동물보호단체들이 환영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 동물장묘시설을 운영해 주면 가장 좋다. 동물장묘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을 통해 반려동물 장례 비용이 합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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