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사는 소비자는 흔히 "차는 뽑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천만원의 목돈이 들어가는 차를 사면서 이런 자조 섞인 소리가 나오는 것은 참 황당한 일이다. 고장이 잦거나 큰 결함이 발견돼도 제조사가 "원래 그렇다"며 배짱을 내미는 데야 달리 대응할 방법도 없다. 소송도 번거롭다 보니 체념하고 '잘못 뽑은 탓' 하며 속만 끓인 것이다.
이제 '뽑기 타령'이 끝날 모양이다. 국토교통부가 27일 새해 교통정책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레몬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서 2012년 '결함 신차 교환 및 환불 관련 법'을 2016년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대한 결함이 반복해 발견된 신차의 교환'환불 보장 등 관련 기준을 확정하고 하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새 차임에도 고장이 잦으면 흔히 '레몬카'라고 한다. 오렌지와 비슷하지만 신맛이 강해 먹지 못하는 레몬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레몬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1975년 자동차'전자제품 등 결함이 있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반복해 고장이 발생하면 제조사가 교환'환불해주도록 의무화한 것이 '레몬법'이다.
레몬법의 공식 명칭은 '매그너슨-모스 보증법'이다. 상원의원 워런 매그너슨과 하원의원 존 모스 등이 공동발의하고 포드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신차에 수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제조사는 30일 이내에 해결해야 한다. 통상 2년인 보증기간 내 안전과 직결한 동일한 하자로 2회 이상 수리하거나 일반 고장으로 4회 이상 수리한 경우 교환'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주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위스콘신주는 구입가의 2배를 배상해야 한다.
EU는 1999년 소비재 매매 보증지침을 통해 관련 법을 정비했는데 싱가포르는 2012년 EU 방식을 채택했다. 중국도 우리보다 앞서 2013년 자동차 수리와 교체, 반품 등에 관한 '삼포(三包)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는 2012년 이후 관련 법안을 세 차례나 발의했으나 국회가 처리하지 않은 채 묵혔다.
그런 사이 부품 결함 등 리콜 차량이 2008년 이후 5년간 10만~20만 대 수준이던 것이 2013, 2014년에는 100만 대를 넘어서는 등 급증했다. 결국 소비자만 골탕먹고 피해를 본 것이다. 법안의 필요성에다 충분히 검토 시간도 가진 만큼 반드시 입법해야 한다. 소비자 분쟁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더 이상 제조사의 눈치를 보며 미적댈 시간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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