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힘/ 조 스터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프롬북스 펴냄
책 제목에서 '아시아'는 동아시아를 가리킨다. '힘'은 경제성장을 이끈 동력을 말한다. 이 책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20세기에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뤄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20년간 저널리스트와 대학교수 등으로 활동해 온 아시아 경제 전문가 '조 스터드웰'이다. 이 책 말고도 중국 증시의 문제점을 분석한 '차이나 드림'과 동남아시아 재벌들의 비밀을 파헤친 '아시아의 대부들'을 펴내 주목받았다.
저자는 세계 개발경제학의 주요 화두 두 가지에 대한 답을 밝힌다. 첫 번째 질문, '일본, 대만, 한국, 중국 같은 국가는 어떻게 고도성장을 했는가?'. 두 번째 질문, '왜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성장하는 경우가 드문가?'. 동아시아를 남쪽과 북쪽으로 나눠 분석하면 명쾌하다. 동북아시아는 적은 부존자원과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부국으로 나아가는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데 비교적 성공했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고속성장을 함께 이루고도 급속도로 빈국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가 분기점이었다. 일본과 한국은 위기를 극복하며 경제 체제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은 빈곤해져 고도성장이라는 눈속임을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왜 그렇게 됐을까. 저자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토지개혁을 통한 농업 개발 ▷제조업 및 수출 촉진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금융 정책을 순서대로 잘 진행했다고 본다. 그 구체적인 정책 기조는 이랬다. '토지를 재분배하고, (당시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가족농을 지원하라.' '잉여 수입을 저축으로 유도하고, 그 자금이 제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라.' '금융을 개방하지 말고, 은행을 정부 통제 아래 둬라.'
책 내용 중 다른 나라 얘기는 제쳐놓고, 한국 관련 서술을 집중해 살펴보자. 저자가 한국의 경제성장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파헤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흔적이다. 저자는 박정희가 경제 정책을 실행한 방식은 비민주적이었지만 역사적 근거가 확실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박정희는 독일이 2차대전 후 이뤄낸 국가 주도 산업화를 비롯해 중국의 쑨원, 터키의 케말 파샤, 이집트의 압델 나세르 등이 현대적인 대규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들을 상세히 파악했다.
박정희는 일본의 산업화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박정희는 식민지 만주에서 진행된 일본의 대규모 산업화 드라이브를 감독한 관동군 소속 장교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일본의 산업화를 연구한 인물들로부터 조언을 얻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식산은행에서 일했던 장기영 경제기획원 장관 및 그가 이끄는 주요 그룹이 경제 참모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기획원이 내놓은 정책 중 하나가 대규모 중화학산업 투자다.
박정희는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외화를 벌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압박했다. 수출 실적을 올린 기업에는 융자와 인프라를 제공해 국가 산업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줬고, 부진한 기업은 강제 합병을 시키거나 파산하게 뒀다. 기업들은 수시로 군부의 조사를 받았고, 국가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로비도 벌였다. 책에 주요 사례로 등장하는 기업은 현대와 포항제철(포스코)이다. 저자는 박정희의 폭압이 기업들의 생존 경쟁과 탐욕, 그리고 국가를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린 노동자에 대한 무심함을 만들어냈다고 얘기한다. 지금도 그 끈을 자르지 못하고 있는 정경유착 및 노동 문제가 그때를 계기로 불거진 것이다. 어쨌든 우리 경제는 그렇게 성장해왔다.
책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요즘 중국 경제에 대한 언급이다. 중국은 요즘 저성장에 빠진데다 버블 우려로도 고민하고 있다. 가장 최근만 봐도 2016년 1월 중국 주식시장은 증시 폭락으로 일주일 동안 서킷브레이커(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를 4차례나 발동하기도 했다. 동아시아 경제를 꾸준히 지켜봐 온 저자의 관점을 그대로 중국 경제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성숙 경제로 나아갈까, 아니면 고도성장의 거품을 꺼뜨리게 될까.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이 커진 우리도 주시하고 있는 문제다. 504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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