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모르고 사는 즐거움을 누려라

인간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각각 처지와 형편에 따른 염려와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염려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염려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염려이다.

사업가 중에 아더랭크라는 분이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며 불확실한 미래와 현재의 고민을 안고 늘 염려 속에 살았다. 어느 날 매일 염려하지 말고 몰아서 수요일에만 하기로 했다. 메모를 상자에 넣고 그다음 주 수요일에 상자를 열어보면 적어놓았던 수많은 염려거리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변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어니 젤린스키의 '모르고 사는 즐거움'이란 글을 보면 "우리가 하는 근심과 걱정의 40%는 절대로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요,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22%는 정말 사소한 것들로 고민하고 있고,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4%는 우리가 바꿔 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정말 쓸데없는 염려와 걱정 속에 살아가지만 그것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서양의 정신적인 증후군 가운데 '램프증후군'이란 것이 있다. 원래 스토리는 알라딘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램프를 문질러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내어 소원을 말하면 그 소원을 무조건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램프증후군이란 말의 쓰임새는 실제로 알라딘의 이야기와는 정반대이다. 많은 사람들은 걱정과 근심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며, 그것을 수시로 불러내어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에 사로잡혀 고통받으며 사는 사람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바스토에 최근 '테라 비보스'라고 불리는 지구 종말의 날을 대비한 미래형 노아의 방주가 건설되었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테라 비보스는 핵전쟁, 소행성의 충돌, 슈퍼 바이러스, 대지진, 기타 각종 엄청난 자연재해 등 지구 상에서 일어난 모든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돈 많은 램프증후군 환자들로부터 인기가 좋아 상상을 초월하는 입주 금액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야 할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 한편은 참 씁쓸하기도 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염려와 걱정을 지나치게 하는 경우를 정신병리학에서는 '불안장애'라고 부른다. 요즘은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근심이다'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때로는 정말 모르고 사는 것이 행복할 때가 있다. 수많은 방송매체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소식과 정보들이 오히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하지도 않을 일에 대한 더 많은 근심과 걱정을 껴안고 살아가게 만드는 부분도 적지 않다.

성경도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준비도 없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엄격히 말하면 미래는 나의 몫이 아니다. 이 말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 일을 염려하다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못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의 주어진 삶을 염려로 끝내지 말라는 말이다. 오늘에 충실하고 현재의 삶에 성실히 함으로써 다가오는 미래를 복된 것으로 꾸미라는 말이다.

램프증후군으로 사는 이 시대의 수많은 분들이여, 스스로가 불행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하여 삶의 램프에서 근심과 걱정을 꺼내 가며 살지 말고, 오늘을 감사하고 자족하며 기쁘게 살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Now)이고, 소중한 곳은 바로 지금 있는 여기(Here)이다. 영국 속담에 '빚지기 전에 이자 낼 걱정부터 한다' '사업을 하기 전에 망할 걱정부터 한다'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이 생각하고 아는 것도 병일 때가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샬롬(평안)의 마음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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