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진박 6인, 반격의 서막.'
제목만 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올 프로야구 시즌 우승을 향한 캐치프레이즈다. 팬들로부터 '진정으로 박수받을 만한 6명의 신인'이 우승의 각오를 밝혔다고 한다면 얼추 맞다. '진정'이나 '신인'이란 말은 지난해 불거진 일부 선수의 원정 도박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신인을 내세워 팀 분위기를 바꾸고 자연스럽게 주전 선수에 대한 물갈이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있다. 시즌 초반부터 기대를 걸었던 신인들이 헛발질하며 신인답지 않다면 어떨까. 팬들의 싸늘한 반응을 받다 결국은 잊힐 것이다. 주전답지 않은 주전이나 신인답지 않은 신인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구단주 이름을 팔아 주전 자리를 꿰차려 한다고 치자. 구단주 품 안에 끼지 못한 선수들이 수긍할 리 없다.
구단주가 싫어하는 선수를 콕 찍어 주전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구단주에게 배신했으니 응징해야 한단다. 한때는 팀의 주장까지 지냈던 선수를 밀어내려는 이유치고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포지션을 옮기고 주전을 반납하는 선수까지 있으니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짜 구단주의 사람인지를 가리겠다고 나서는 선수마저 생겼다. 말하자면 관계 감별사쯤 된다. 수도권에서 뛰다가 대타로 와서 버거워하는 선수에게 교체를 거론하며 힘을 빼도 어쩔 수 없다. 이유는 단 하나, 감별사가 구단주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솥밥을 먹었거나 진짜 구단주 사람이라는 신인들이 모여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이른바 금수저에 비유된다. 이를 제어해야 할 감독은 차기 구단주를 노린다고 한다. 수시로 부딪치는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선수 기용 시기가 다가올수록 파열음은 커질 것이다. 그렇지만 주전 선수의 최종 선택은 우여곡절이 있어도 구단주와 타협하면 끝이다.
하지만 4월의 국회의원 선거는 야구 같은 스포츠가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주전 선수는 마지막에 주민이 선택한다. 주민을 무시하는 선수는 안 뽑으면 그만이다. 그래도 당선된다면 예전에 그랬듯 묻지 마 투표를 한 결과다. 최근 출사표를 던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6명이 따로 모여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 마케팅을 벌였다. 모임을 마치고 한 예비후보가 뽐내며 낸 자료의 제목이 '대구 진박 6인, 반격의 서막'이다. 모르고 보면 종친회 임원 선거쯤으로 알겠다. 눈을 부릅뜬 유권자의 응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일당 독점의 대구경북에서는 선거가 임명직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처럼 변한 지 오래다. 그만큼 이번 선거의 경우 '진박' 마케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가 넓다. 그렇더라도 출마를 하는 첫째 명분이 '진박'이라는 것은 낯 간지럽다. 진짜 '진박'이라면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국민으로부터 비판받는 부분을 해소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해야 한다. 더구나 그렇게 비판하는 현역의원과는 달라야 한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을 확인시켜서 될 일이 아니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지 말고 사람에 비추어 보라는 옛말이 있다. 현재의 겉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과 달리 사람에 비추어 보면 부풀지 않은 행적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과 같다. 사람에 비춰보아 길이 아니라면 돌아가거나 멈춰서야 진정으로 박수를 받는다. 그러려면 '진박'은 '진대'(진실한 대구경북 사람)의 과거형 버전이 돼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삼성 라이온즈의 진짜 캐치프레이즈는 이렇다. '강한 팀을 넘어, 팬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최강 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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