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의 책임자가 바뀌면 책임자들은 구성원들에게 '새로움'을 강조하며, 있던 체제를 바꿔 보려고 한다. 처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새 정치'를 강조하며, 기존의 체제를 구태로 규정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사용하는 '새롭다'는 말은 이전보다 나은 무엇, 현재보다 진보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사용하지만 진짜 새로운 것은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체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새롭다'라는 말은 관형사 '새'에서 온 것인데, '새'라는 말에는 '새 기술'처럼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는 것', '새 학기'처럼 '다시 시작하는 것', '새 옷'처럼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군대에서 쓰는 말로 A급)의 의미가 담겨 있다. 조직의 책임자들이나 정치인들은 당연히 첫 번째 의미로 사용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있는 것은 몰아내야 할 구태이고, 새로운 것은 옳다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는 새로운 생각은 천재들만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고, 보통 사람들은 그러한 천재의 생각을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새로움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여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한 예로 1980년대에 스마트폰을 개발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크게 유용하지도 않은, 비싸고 신기한 장난감으로 기억되며 세상에 묻혔을 것이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시일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자연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통해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제도는 엄밀하게 말해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존재하기 어려우며, 새롭다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교육 제도는 많이 바뀌었지만 딱히 이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옳다는 것이 인정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그런데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이상을 좇아가며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을 버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처음엔 신선하게 느낄지 몰라도 차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그 사람들은 '네가 말한 새로움이 고작 이것이냐'는 비난에 대한 강박에 늘 시달리기 때문에 자신마저 피로하게 된다. 우리 속담에 '새 도랑 내지 말고 옛 도랑 메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꾸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있는 것을 똑바로 제대로 하는 데 힘을 쏟으라는 이야기다. 칼 포퍼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보이지 않는 선(善)을 추구하기보다 보이는 악(惡)을 제거하라.'고 이야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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