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헌혈은 고귀한 생명나눔이다

"헌혈로 사랑을 전해 주십시오. 당신의 헌혈이 소중한 생명을 구합니다."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혈액이 부족해 혈액 수급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족한 혈액을 구하려고 군부대, 시'도청, 공공기관, 기업체를 방문해 헌혈운동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는 중이다. 또한 대구경북혈액원에서는 헌혈센터 11곳과 헌혈버스 8대가 매일 새벽부터 현장으로 출동해 사랑의 헌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연일 혈액의 적정 보유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와 메르스로 인해 수술을 연기했던 환자들이 혈액 부족으로 수술이 또다시 지연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마음이 더욱 안타깝고 분주하다.

얼마 전 신현수 안동 복주요양병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일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서도 헌혈에 동참하겠으니 헌혈버스를 보내달라는 전화였다. 그 전화를 받고 순간적으로 요양병원은 노인 환자들이 요양'치료를 하는 곳인데 어떻게 헌혈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하지만 신 원장의 이야기는 환자들이 아니라 병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헌혈 캠페인에 동참하겠다고 결정했으며,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사랑의 헌혈운동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전화 한 통, 신 원장의 말이 한 방울의 피도 시급한 저에게 큰 힘을 주었다.

전국적으로 혈액이 부족한 원인은 수요'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미뤄왔던 수술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혈액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겨울철 추운 날씨와 겨울방학으로 인해 학교 등 단체 헌혈처의 축소, 혈압'당뇨 등 특정 약의 복용으로 헌혈할 수 없는 부적격자 계층의 증가 등으로 헌혈자 수는 감소했다.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현재 혈액 부족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전국적인 혈액 보유량은 3일분가량으로 주의 단계이다. A형과 O형은 2일분을 밑돌고 있다. 혈액 적정 보유량은 하루 평균 5일분 이상을 유지해야 안정적이다.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발달한 현대의학으로도 인공혈액을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대체 물질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혈액은 생명체로서 농축 적혈구는 35일, 혈소판은 5일간만 보존할 수 있어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 생명을 위협받는 수혈자에게는 헌혈만이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헌혈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며 공공의 선이라 할 수 있다.

헌혈은 남자가 400㏄, 여자는 320㏄ 채혈되며 전혈과 성분헌혈(적혈구, 혈소판, 혈장 등 특정성분만 채혈)로 구분된다. 전혈은 2개월마다, 성분헌혈은 15일마다 주기적으로 할 수 있다. 헌혈 시 혈액형 검사부터 간염, 간 기능, 항체검사, AIDS 검사 등 자신의 건강을 검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헌혈은 신체의 조혈작용을 촉진해 세포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가 가진 재능대로 여러 가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혈액, 장기 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헌혈왕인 광주의 손홍식(66세, 헌혈 722회) 씨, 헌혈여왕인 부산의 유배형(61세, 헌혈 411회) 씨, 대구의 최장근(70세, 477회) 씨 등은 진정한 나눔 실천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희망이 가득하다.

헌혈은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젊음의 특권'이며 신체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또한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희망과 생명을 나눠주는 생명나눔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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