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앙은행 무용론

2차대전 종전 후 서구를 부흥으로 이끌었던 1960년대가 지나고 1970년대에 들어서자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서구 각국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의한 통화량 억제 정책을 도입했다. 그 이론적 근거는 통화량과 물가는 직접적 관계가 있다는 '화폐수량설'이다. 이런 생각은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란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정책의 성공 여부는 통화량의 정확한 측정에 달렸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M0, M1, M2 등 통화지표이다. M 다음에 오는 숫자가 클수록 더 광의의 통화개념이다. 그러나 약속어음과 같은 차용증서가 지불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다양한 신용공급 수단이 창출되면서 통화의 개념은 더 넓어졌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 통화지표는 M17까지 만들어졌다. 이렇게 되자 통화량의 직접 조정이란 통화주의 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작동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 결과 이자율 조정이란 간접적 수단이 중앙은행의 주된 통화정책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 정책을 펴면서 이자율 조정도 약발이 다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일정 수준이 돼야 금리 인하가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제로 금리'에서는 금리를 더 낮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로 금리가 효과를 거뒀다 해도 다시 경기가 위축될 땐 해결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마침내 '마이너스 금리'란 '반(反) 상식적' 정책까지 나왔다. 반상식적인 이유는 예금에는 당연히 이자가 붙는데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덴마크'스웨덴 중앙은행이 이를 시행 중인데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전격 이에 합류했다. 그 목적은 디플레이션(자산가격 하락)의 방어인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평가가 더 많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들고 나왔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견해는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주식에서 부동산까지 거의 모든 자산시장에 가격 왜곡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걷잡을 수 없는 변동성과 폭락은 중앙은행의 호령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중앙은행은 정녕 수명을 다해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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