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골대론

한국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할 때마다 아베 정부가 내세운 것이 골대론이다. 한'일이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표면적으로 해결을 했지만 한국이 '골대를 옮기며' 이를 무시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주장의 뿌리를 찾자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까지 거슬러 오른다. 이 협정은 '전쟁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완전히 해결됐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위안부에 대한 더 이상의 보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게다가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한 고노 담화(1993년)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 이를 계승한 2005년 고이즈미 담화 등을 들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에서 위안부에 대해 사죄와 보상을 요구할 때마다 '골대가 옮겨 다닌다'며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그렇다면 진짜 우리나라의 골대는 옮겨 다녔나. 한'일 협정에서 전쟁 피해자 보상에 상호 합의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정부 간 협정이었을 뿐 개인청구권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역시 원폭 피해자들의 미국 정부 상대 소송에서 개인청구권을 주장한 바 있다.

아베는 고노 담화 검증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우리 국민이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사과했던 고노 담화였다. 그런데 이를 검증하겠다고 나서더니 급기야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담화를 뒤집어 버렸다.

이번에는 또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바 없다'는 주장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위안부 강제 연행에 대해) 미'일 서류조사, 전직 군부, 위안부 관리자를 조사하는 등 전면적인 조사를 했지만 강제 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에 인정했던 사실조차 부인한 것이다. 이는 최근 한'일 위안부 합의 후 벌어진 일이다. 이미 일본 역사단체들이 나서 '강제 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그간의 많은 사료와 연구에 의해 실증돼 왔다'고 밝혔던 터에 이마저 각종 사료를 들먹이며 부정했다.

이쯤 되면 정작 골대를 옮겨 다니는 쪽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다. 일본은 골대를 옮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쪽 골대를 없애려 들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에선 지일파를 중심으로 일본의 골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골대론을 역공하지 못한 우리 외교부의 무능력이 더 큰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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