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역에 설까 진박에 설까…줄 잘못 서면 정치생명 '끝'

지방의원 총선 줄서기 고민…상당수 지지후보 못 정해 '갈팡질팡'

# '우정이냐, 신념이냐.' 대구 중'남구가 지역구인 지방의원 A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십 통씩 걸려오는 전화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현 의원의 공천을 받아 의원배지를 달았지만 최근 고교 동창인 '진박' 후보가 이 지역에 출마하면서부터다. "학연을 생각하면 진박 후보를 지지해야 하지만 정치적 신념이나 의리를 생각하면 현역 의원 편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진박 후보를 좀 도와주세요. 진박이 잘돼야 나라가 삽니다." 북구 지역의 구의원 B씨는 며칠 전 여권의 유력 정치인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평소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이곳에 출마한 모 예비후보를 돕고 있던 차에 받은 전화라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목소리는 친근했지만 마치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후 지지하던 예비후보 사무실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지역 기초'광역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천과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지지 후보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예비후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당선 가능성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누굴 지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생명이 좌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진박 후보'가 등장한 곳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선거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역 국회의원과 예비후보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인 이들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마비된 것 같다"며 힘겨워하고 있다.

달성군과 서구 등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구의 경우 기초'시의원 전원이 김상훈 현 의원을 지지하기로 했고, 달성군도 이미 지방의원들이 추경호 예비 캠프로 합류한 상태다.

그러나 북갑'동갑'동을'달서을 등 진박과 현역 의원이 첨예하게 대립한 지역의 상당수 의원들은 목하 고민에 빠졌다. 지연, 학연, 공천 가능성 등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동을의 경우 허진구 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일부 구의원들이 이재만 예비후보를 돕고 있는 상황이다. 북갑'을의 일부 지방의원들도 현역의 품을 떠난 상태다. 동을의 한 구의원은 "총선은 지방의원들이 열심히 뛰며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몸을 낮추는 것이 상책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눈치 보기를 하는 기초'시의원들이 많은 곳의 현역 의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세 싸움에 밀리면 본선은 물론 경선에서도 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의원들은 대부분 밑바닥 민심을 잘 알고 있고 일정 부분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들의 노골적인 지방의원 줄세우기도 시작되고 있다. 진박이 등장한 곳을 중심으로 여권의 실세가 직접 지방의원들을 상대로 지원을 호소하거나 요구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물밑 선거전도 치열하다. '지역구 광역'기초의원들이 우리 쪽으로 다 넘어왔다' '조만간 지방의원들의 지지 선언이 이어질 것이다' '진박으로 갔다가 별 볼 일 없어 다시 다 돌아왔다' 등 세 과시를 위한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