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품' 빠진 트럼프-'돌풍' 입증 샌더스

"트럼프 거품은 걷히고 샌더스 위력은 입증됐다." 1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선 경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결과를 단적으로 요약해 주는 말이다.

민주, 공화 양당 아웃사이더 돌풍의 주역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석패했으나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면서 충분한 잠재력을 입증했고, 한껏 기세를 올리던 도널드 트럼프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게 완패하면서 하루아침에 '트럼프 거품론'이 일고 있다.

◇힐러리의 고전 끝 신승과 크루즈의 완승

투표 당일인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경선 과정에서 무서운 기세를 보여 준 샌더스 의원과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었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 코커스 직전 발표된 디모인 레지스터-블룸버그의 마지막 공동 여론조사에서 크루즈 의원을 5%포인트 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던 터라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샌더스 의원도 같은 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3%포인트 지는 것으로 나왔으나, 유세 현장의 열기 등을 감안할 때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무소속이면서 민주당 경선판에 뛰어든 샌더스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적통'과 '후계자'를 자처하는 클린턴 전 장관의 공고한 조직과 당내 기반을 넘기에는 0.2% 부족했다. 트럼프는 크루즈 의원의 조직력에 무릎을 꿇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8년 전 아이오와 패배의 악몽을 딛고자 당의 화력과 자금을 총동원해 아이오와 사수 작전을 펼쳤고, 크루즈 의원 역시 양당을 통틀어 유일하게 아이오와 99개 카운티 전역을 누비며 저인망식 유세로 밑바닥 조직을 다졌다.

트럼프의 경우 자신들에게 열광하는 유권자들을 실제 표로 연결 짓는 데 실패한 셈이다. 일각에선 바람에 의존하는 선거운동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크루즈 의원의 승리를 예측한 미 일부 정치 매체는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는 투표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일찌감치 '거품' 가능성을 지적했다.

트럼프의 패배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지만, 샌더스 의원에 대해서는 비록 석패했지만 돌풍의 실체를 보여줬고 사실상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무소속이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판에 뛰어든 지난해 4월 당시 지지율이 3%에 불과했던 샌더스 의원이 이 정도 득표력을 보여준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것이다.

샌더스 의원 본인도 이날 "사실상 동률"이라고 주장하면서 7월 전당대회까지 변함없는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 경선 긴장감-공화 경선은 새판 짜기 가능성

역대 경선에서 아이오와의 코커스 결과가 다른 지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온 점을 감안하면 당장 오는 9일 실시될 뉴햄프셔 판세부터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CNN-WMUR의 뉴햄프셔 공동 여론조사(1월 27∼30일'민주 유권자 347, 공화 유권자 409명)를 보면 트럼프는 30%의 지지율로 12%를 얻은 크루즈 의원을 18%포인트, 샌더스 의원은 57%의 지지율을 기록해 34%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무려 23%포인트 각각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를 계기로 이 같은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승패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의 초접전을 벌인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진영에서 순위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샌더스 의원의 경우 이 여론조사대로 클린턴 전 장관을 압도한다면 경선 가도에 상당한 탄력이 예상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샌더스 의원을 크게 앞서고 있으나 이 구도 역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 향후 예상 경선 구도를 보면 '트럼프 1인 독주 체제'가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 간의 양강 구도, 더 나아가 23.1%를 얻으며 1, 2위 주자를 바짝 추격한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까지 가세하는 3강 구도로까지 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그동안 전국 여론조사에서 30% 중반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달리며 대선판을 좌지우지해 온 트럼프의 기세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물론 아이오와가 애초부터 크루즈 의원의 강세 지역이었던 만큼 이 지역에서 졌다고 트럼프 돌풍이 완전히 꺾인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양당의 경선 판도는 첫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바다 등 2월 경선지역과 14개 주 경선이 한꺼번에 열리는 3월 1일 슈퍼 화요일의 결과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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