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스라엘에서 배운다] 4)창업국가 이스라엘 (상)후츠파로 돌진하다

삼성이 100억원 투자한 기업 'ROUNDS(라운즈)'…공원에 있는 사무실 복장·태도 자유로워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에 있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에 있는 '라운즈' 직원들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있다. 토론 문화를 중시하는 이스라엘 기업에서는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자신이 만든 비디오 채팅 앱을 직접 선보이는 다니 피셀 라운즈 대표.
자신이 만든 비디오 채팅 앱을 직접 선보이는 다니 피셀 라운즈 대표.
라운즈 한 직원이 근무시간에 개를 끌어안고 낮잠을 자고 있다
라운즈 한 직원이 근무시간에 개를 끌어안고 낮잠을 자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이스라엘이 글로벌 기업의 2대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투자하거나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헬스케어, 보안, 통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역량 있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제수도 텔아비브에 있는 '라운즈'(ROUNDS)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삼성은 그룹의 벤처투자전문 계열사 삼성벤처투자주식회사를 통해 지난해 1월 그룹 영상통화 기술을 개발하는 라운즈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개를 껴안고 낮잠 자는 직원

텔아비브 중심에 자리 잡은 라운즈. 공원 안에 사무실이 있어 근무 환경이 쾌적하다. 옛 국방부 소속 건물 두 개 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회사 풍경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직원 몇 명은 늦은 점심을 먹는 중이었고, 한 직원은 개를 끌어안고 낮잠을 자는 중이었다.

다니 피셀(37) 라운즈 대표는 "우리 회사의 모토는 함께 지금을 즐겨라(Fun Together Now)"라며 "자유롭고 경직되지 않은 회사 분위기가 우리의 강점"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직원 32명의 복장, 근무 태도 등에서 가족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어 피셀 대표가 라운즈가 개발한 비디오 채팅 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앱을 통해 직원 몇 명과 화상 통화를 하면서 같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재미있게 편집 가공하기도 했다. 최대 12명이 한 그룹을 이루는 이 앱을 이용하면 동시에 비디오 채팅,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영화 시청, 게임 등을 같이할 수 있다. 이 앱 유저가 전 세계에 2천500만 명에 달한다는 게 피셀 대표의 얘기다.

◆'빨리'에 주안점을 둔 성공 비결 3가지

2008년 회사를 설립한 피셀 대표는 미국에 있을 때 우연하게 비디오 채팅 앱 아이디어를 얻었다. "남자와 여자가 6대6으로 미팅하고 게임을 하는 스피드 데이팅을 했어요. 같이 놀면서 '인간은 함께하며 재미있게 놀고 싶은 감정을 갖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손자 세대부터 할아버지 세대까지 같이 얘기하고 영화 보고 게임을 하는 앱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됐지요."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앱을 만들고, 회사를 창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피셀 대표는 결국 성공했다. 성공 요인으로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실행을 빨리하는 것, 두 번째는 방향을 빨리 바꾸는 것, 세 번째는 사용자로부터 빨리 배우는 것을 들었다. '빨리'해 성공한 예로 2년 전 모바일로 전환한 것을 꼽았다. 그는 "경제를 전공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3G, 4G, 와이파이 등 각기 다른 환경에서도 동일하고 좋은 앱 품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앱을 무료로 제공하는 라운즈의 수익 모델이 궁금했다. 앱과 간단한 게임은 무료이지만 유저가 고급 게임 등을 내려받을 때엔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피셀 대표는 "한국의 카카오나 라인을 잘 안다"며 "그들의 수익 모델을 참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카오처럼 우선 유저를 많이 확보한 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피셀 대표는 "회사 동료들은 성공이란 목표를 공유하는 팀 멤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투명하게 직원들을 대하고, 회사를 경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군대에서 견디는 법 배웠다"

라운즈의 장기 비전(Vision)에 대해 피셀 대표는 "사람들을 더욱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려 한다"고 했다. 또 "기업공개는 목표가 아닌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며 "세계적 기업 우버(Uber:스마트폰 기반 교통서비스를 서비스하는 미국의 교통회사) 역시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군(軍) 경험이 기업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묻자 피셀 대표는 "견디는 법을 배운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며 "'실패해도 괜찮다'며 붙잡고 나가는 인내심을 군에서 체득했다"고 했다.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피셀 대표는 "한국 사람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매료됐다"며 "이스라엘보다 인구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한국이 이스라엘과 교류하고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후츠파를 정의해 달라고 하자 그는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해야 마음이 편한 게 후츠파"라고 했다. 라운즈의 매출액 등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숫자로 알아본 '창업국가' 이스라엘

3번째=인구 830만 명의 작은 나라가 미국, 중국에 이어 세(3) 번째로 많은 기업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8시간=이스라엘의 한 창업지원기관 통계에 따르면 매년 1천여 개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만들어지고 3조원의 투자가 이뤄진다. 8시간마다 1개의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는 놀라운 수치다.

800명=인구 800명당 한 명꼴로 창업을 한다.

1조3천억원=구글은 얼마 전 이스라엘의 벤처기업 '웨이즈'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13억달러, 우리 돈 1조3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즈는 소셜 개념이 추가된 내비게이션 앱으로 사고와 경찰 단속 여부, 속도감시 카메라, 도로 폐쇄 등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업데이트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1조원이 넘는 인수금액도 놀라우며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8조원=201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이 상장과 인수합병을 통해 얻어낸 성과가 8조원에 달한다. 또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으며 현재 이런 연구개발센터가 300여 개에 육박한다.

312억달러=이스라엘 정보통신기술(ICT) 생산 규모는 연평균 312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2~13% 수준. 수출액은 이스라엘 전체의 30%를 넘는다.

700억달러=이스라엘 대사관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4년까지 해외 기업이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는 데 투입한 돈이 700억달러에 이른다. 시스코 11곳(65억6천만달러 규모), 인텔 10곳(21억4천만달러), IBM 13곳(16억8천100만달러), 구글 3곳(10억7천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4곳(7억1천100만달러) 등 대부분 알 만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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