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생활 속의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경북대사대부고·서울대(경영학과) 졸업. 제34회 공인회계사 합격
경북대사대부고·서울대(경영학과) 졸업. 제34회 공인회계사 합격

시중에 경제 관련 도서는 넘쳐나지만

일반인들 생활용 경제 지혜는 모자라

정부도 4대 개혁의 필요를 이해시켜야

언론서 경제교육 프로그램 실시 기대

다음 중 경기순환의 주기가 가장 긴 이론은 무엇일까? ①키친 순환(kitchen cycle) ②주글라 순환(Juglar cycle) ③쿠즈네츠 순환(Kuznets cycle) ④콘드라티에프 순환(Kondratieff cycle)

한 번쯤 고등학교의 사회나 정치경제 과목 시험에서 풀어본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각각의 경기순환 이론이 어떤 이론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또는 우리 생활의 어떠한 특징을 바탕으로 해서 형성됐는지,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키친 순환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기업이 재고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로 3, 4년 주기로 경기가 변한다는 이론이다. 주글라 순환은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경기가 순환한다는 이론으로 주기가 10년 내외이다. 쿠즈네츠 순환은 건축투자가 경기순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으로 주기가 대략 20년이다. 경기순환 주기가 가장 긴 콘드라티에프 순환은 전쟁이나 기술 혁신이 경기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으로 순환주기가 50년 내외다.

그러나 입시 준비에 바쁜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답 맞히기에 유익한 족집게 설명만 기억에 남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경기가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제 현황이고, 이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경제관념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게다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경제에 대한 사회적인 재교육도 전무하다. 부동산 투자 등 재테크를 위한 책과 최신의 경제·경영 이론서는 넘쳐나지만 이마저도 부지런히 찾아나서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경제 이론에 대한 암기가 제대로 안 될뿐더러 이를 생활 속에서 활용할 지혜를 갖추지 못하다 보니, 언제나 경제가 어렵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현실의 경제생활에서 대처할 제대로 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모습이다.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가 경기가 좋았지' 하는 '응팔'(응답하라 1988) 신드롬만 넘쳐나고 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4대 구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장관이나 경제 전문가가 나서서 한국 경제가 어떠한 실정에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4대 구조개혁이 왜 필요한지 조근조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4대 구조개혁이 필요하니, 나를 따르라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야당에서 반대하고, 몽니를 부려도 개혁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며칠이 지나면 설 연휴가 시작된다. 농경 사회에서는 설이 음력으로 새해가 되는 날일 뿐만 아니라,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무식 날이기도 하다. 집안 어른께서 가족들을 모아놓고 새해 덕담을 나누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작물을 어떻게 농사지을 것인지에 대해 전략을 세우고 경제 교육을 시키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툭툭 던지는 한마디의 말씀들이 오늘날 인문학 공부를 위해 고전 책에서 배우는 명언과 동일한 경험과 지혜에서 나오는 생활의 지침들이다.

급속하게 산업화가 진행되다 보니 어르신들이 가진 지식이나 정보, 경험이 젊은이에게 지혜로서 전달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핵가족화가 심화됨에 따라 모든 가정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기회를 일상생활에서 온전히 갖는 것도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번 설에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다투기만 하는 정치권 얘기나 가십성 연예계 이야기들보다는 집안 어른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겪어온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현대판 온고지신의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

또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학업·취업·직장 생활에 찌든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들어주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도 좀 더 알기 쉽고 재미있는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도올 김용옥의 강의를 통해 고전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구성애의 아우성 강의를 통해 성교육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 변화된 것처럼 국민이 생활 속에서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유익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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