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9시 대구 남구의 한 유치원 앞. 등원하는 어린이들을 가득 태운 버스 7대가 잇따라 도착했다. 승차정원이 21~33명인 통학차량 7대는 차량 앞뒤로 '어린이 보호차량'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교사의 인솔에 따라 차량에서 내리는 아이들은 누구 하나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다. 차량이 정차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버스에 태우고 보니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있더라. 혹시나 싶어 다른 차량도 유심히 쳐다보니 선생님이 아이들 안전벨트를 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세림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29일부터 세림이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가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교육시설 운영자는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이용하는 9인승 이상의 통학버스를 안전 요건에 맞게 개조해 담당 경찰서에 신고한 후 운행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의 어린이집이나 학원 등의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율은 100%에 이른다.
하지만 세림이법에는 통학차량에 보호자가 동승하거나 아이들 안전띠 착용을 확인하는 부분도 포함되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학부모 사이에는 안전벨트 미착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 강은영(40) 씨는 "큰 버스는 한 좌석에 아이 세 명을 태우기도 하더라. 그런 상황인데 안전벨트를 맬 수가 있겠나"고 말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통학차량 탑승 시 어린이를 포함한 전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6만원이 부과된다.
심지어 보호자 없이 아이들만 차에 타는 일도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9인승 이상의 통학차량에는 보호자가 반드시 동승해야 하지만 일부 학원과 체육관 등에서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지난 1일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인솔교사 없이 운행 중이던 학원차량에서 내린 9세 남자아이가 해당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교통안전의 최일선에 있는 인솔교사와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육시설 운영자나 차량 운전자와는 달리 인솔교사에 대한 안전교육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운영자와 운전자에 대한 교육 역시 2년에 한 차례 3시간 과정으로 의무화돼 있을 뿐이다.
이순우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수는 "세림이법 이후 3년 주기로 시행하던 교육을 2년 주기로 당기는 등 안전교육 부분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안전 의식인 만큼 교육을 철저히 하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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