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모기와 인과응보

"일연 선사가…우리나라 역사의 뿌리인 삼국유사를…사미승 몇 분과 함께 기술에 들어갔다. 이상하게도 전에는 없던 모기떼가 날아들었다…모기 소리에 졸던 사람도 다시 정신을 차려서 집필했다…이상한 것은 아무도 모기에 물린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윙윙하는 소리만 내지 절대로 사람의 피를 빨아서는 안 된다는 부처님의 명령이 있었던가 보다. 그래서 '인각사 모기처럼 할 일을 하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군위가 고향인 대구문인협회 김성규 회원이 '군위문학'에 실은 '인각사의 전설'에 나오는 글이다.

가야산 해인사 백련암의 모기 설화도 비슷한 맥락이다. "백련암을 창건한 백련 스님은 참선에 몰두했다…참선에만 온 정신을 쏟았던 터라 여름날 몰려오는 피곤함을 물리칠 수 없었다…스님은 그만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스님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잠을 쫓을 방법을 찾아야겠구나'…스님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모기떼들이 순식간에 백련암에 날아들었다…모기떼는 스님이 잠들려는 기미만 보이면 달려들었다. 스님은 모기들 덕분에 참선을 성공리에 끝냈다."(본지 2016년 1월 15일 자 '팔만대장경 이운 순례길')

하지만 이런 이야기와 달리 모기의 부정적 모습도 숱하다. 동학 창시자 최제우가 남긴 한글 경전인 '용담유사'의 '흥비가' 가사도 그렇다. '이내사람 지각없다. 포식양거(飽食揚去) 되었으니, 문장군(蚊將軍)이 너아니냐'라는 문구이다. 동학을 이용하고 '배부르면 날아가는' 나쁜 동학도를 '모기'에 빗대 '문장군'이라 했다. 모기를 동학도 피를 빨아먹고 달아나는, 소위 오늘날의 '먹튀' 같은 존재로 봤다. 조선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 글도 이와 통한다. "지금 삼(麻)을 심어 놓고 벨 때가 지나도 베지 않으면 가지와 마디에서 모기가 생겨서 결국 쓸 수 없게 된다. 까닭에 세속 사람들이 삼을 가리키면서 모기집이라 하는 것은 또한 이런 뜻에서 나온 말이다."

모기는 또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 보고 칼을 뽑음)이란 말에서처럼 하찮은 존재로 묘사된다. 이런 두 모습의 모기가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바로 '지카' 공포증이다. 소두증(小頭症)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카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확산이 인간의 삼림 파괴와 환경오염 때문이라 하니 인과응보인가? 인간(스님)을 도운(?) 옛 모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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