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설날 오후에 10여 명의 가족이 한꺼번에 성묘를 가던 이서원(31) 씨는 올해는 2주 전에 미리 할아버지'할머니 묘소에 다녀왔다. 매년 성묫길 교통 체증으로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설날 차례를 모시고 다 함께 집 근처 노래방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 씨는 "점심을 먹고 달성군에 있는 산소에 다녀오면 보통 3, 4시간이 걸린다. 몇 시간씩 차를 타느라 지칠 대로 지친 가족이 그대로 헤어지면 명절 동안 뭘 했나 싶었다"며 "그래서 올해부터는 아이들의 재롱도 보고 추억도 쌓을 겸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이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성묘하거나 가족과 집에 모여 윷놀이나 화투를 하던 풍경은 점점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신 오전에는 한 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마사지숍이나 스크린골프장 등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 많아지고 있다.
명절에는 스포츠마사지나 태국마사지 업소에 손님이 넘쳐난다. 명절 음식을 하느라 지친 어머니와 아내, 며느리들의 피로를 풀기 위해 가족이 다 함께 마사지를 받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민서(41) 씨도 설날 당일(8일) 오후에 동서들과 함께 마사지를 받기 위해 미리 4인 예약을 해뒀다. 김 씨는 "설날 당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미리 예약을 했다"며 "지난해부터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후에는 여자끼리만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다들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해줬고 시아버지도 흔쾌히 마사지 비용까지 내준다"며 웃었다.
달서구에서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장모(37) 씨는 "명절이 마사지 업계에서는 대목"이라며 "영업이 끝나는 오전 4시까지도 손님이 거의 꽉 차서 업계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마사지사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예약 전화가 평소 주말보다 3, 4배나 늘어 손님을 다 받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여성들이 마사지숍에 모인다면 남성들은 스크린골프장을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도심 주택가는 물론 농촌에도 스크린골프장이 속속 들어서는 데다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명절에도 대부분 무휴로 영업을 한다. 조영균(51) 씨는 "예전에는 형제끼리 당구장을 많이 갔었는데 가족 중에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몇 년 전부터는 상품을 걸고 윷놀이 대신 스크린골프 게임을 한다. 집에 앉아서 화투나 윷놀이를 하는 것보다 운동도 되고 골프를 치지 않는 가족도 응원하면서 즐겁게 지낸다"고 했다.
명절 오후 시간을 바깥에서 함께 보내는 가족이 많아지면서 카페 등도 명절 특수를 누린다. 이 때문에 명절 당일 오전을 제외하고는 연휴동안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수성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정우(41) 씨는 "카페를 운영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최근 들어 명절에도 손님이 많아져 연휴 기간에 영업하고 있다. 찾는 손님도 7, 8명 이상의 가족 단위가 많다"며 "대부분 전이나 튀김 등 다소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다 보니 팥빙수나 매콤한 맛이 나는 간식류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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