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이제 운전 걱정 말아요~

아내는 10년이 넘는 무사고 운전자다. 1998년 면허를 취득했으니 정확하게 18년째다. 20년 가까이 무사고니 베테랑 운전자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아내의 빛바랜 운전면허증은 장롱 속에서 오늘도 잠자고 있다.

그렇다. 아내는 운전을 못 한다. 아니 '못 한다'와 '안 한다'의 중간 지점에 있을 수도 있다. 한 지인은 이런 아내를 두고 '너를 평생 운전기사로 부려 먹기 위한 제수씨의 계략'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적도 있다. 요즘도 신서혁신도시에 있는 아내의 직장에 매일 아침 출근시키느라 1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내 신세를 돌이켜보면 언뜻 의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운전 연습을 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말이면 한적한 교외로 나가 운전대를 넘겨주곤 했다. 그러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자주 혼동하고, 시속 20㎞에서도 너무 빨리 간다며 불안해하는 아내의 모습이 진정 연기에 의한 것이라면 오스카상 감이다.

한번은 이런 아내를 위해 운전대 계기판 왼쪽에 '브레이크', 오른쪽엔 '속도'라는 스티커를 붙여준 적이 있다. 어떻게든 운전기사 신분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무용지물이었다. 아내의 눈과 발은 따로 논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후부터는 절대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운전 못 하는 아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조금만 있으면 아내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사람의 조작 없이 목적지까지 '알아서'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얼마 전 출시된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은 사실상 '자율주행차'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대구시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지역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의욕적으로 관련 산업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간다. 이를 위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을 직접 참관했다. 권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자동차라는 디바이스에 정보기술(IT)을 입힌 스마트카 산업을 통해 지역 산업 구조 전환에 나선 것이 결코 늦지 않았다는 것을 CES에서 확인했다"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자율주행차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귀국길에는 인도에 들러 한'인도 스마트시티 서밋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만났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와 대구가 손을 잡고 자율주행차 시대를 함께 열자는 약속을 하고 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구로서는 최고의 원군을 얻은 셈이다.

자율주행차 산업 선도 도시로의 발돋움을 꿈꾸는 대구시에 얼마 전 지인에게서 들은 아이디어를 하나 소개한다. 오는 4월 1일이면 2016년 프로야구가 개막한다. 특히 대구에는 새로운 신축야구장이 개장하는데, 이때 '대구=자율주행차'를 적극 홍보하는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개막식에 앞서 펼쳐질 시구'시타 행사에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은 자율주행차가 들어오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면 어떨까.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등장한 뒤 시구'시타자가 마운드에 내리는 광경이 우리나라 전역에 전파를 탄다면 더할 나위 없는 홍보가 될 듯싶다. 여기에 대구시가 추진하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멘트까지 곁들인다면 '대구'가 '자율주행차'를 선점했다는 역대급 이미지 광고가 되지 않을까. 관련 기술자들에게 문의했더니 야구장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30여m가량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것은 현재 기술력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30년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중심에 대구가 우뚝 섰으면 좋겠다. 나아가 운전이 서툰 아내에게도 자율주행차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 터. 이런 날을 상상하고 있자니 출근길이 즐겁기만 하다. "여보~이제 운전 걱정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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