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외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국 정상의 심중 파악이다. 그렇게 하지 못해 재난을 낳은 것이 히틀러에 대한 체임벌린, 스탈린에 대한 루스벨트의 '유화정책'이다. 전자는 체코를 시작으로 폴란드, 프랑스로 이어지는 히틀러의 유럽 정복을, 후자는 동유럽의 공산화와 냉전을 낳았다.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목적도 제한되어 있다고 봤다. 당시 히틀러는 독일계 주민이 많이 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체임벌린은 이를 들어주면 히틀러가 더는 유럽에서 영토 욕심은 갖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체임벌린은 프랑스 총리 달라디에와 작당해 체코의 팔을 비틀었다. 주데텐란트를 히틀러에게 안긴 것이다. 1938년 9월 뮌헨회담에서였다. 하지만 히틀러는 체임벌린의 믿음에 체코 전체를 삼키는 것으로 '보답'했다. 히틀러는 처음부터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실수는 1945년 2월에 열린 얄타회담에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되풀이했다. 얄타회담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소련이 점령한 동유럽 국가에서 자유선거에 의한 정부 수립이었다. 스탈린은 이에 합의했지만, 그 합의는 너무나 모호했다. 무엇보다 스탈린은 루스벨트가 요구하는 '자유선거'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스탈린을 믿었다. "내가 그에게 모든 것을 주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면…그는 땅을 차지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민주주의 세계와 평화를 위해 나와 손을 잡을 것이다." 이런 믿음에 스탈린은 외상(外相) 몰로토프를 시켜 폴란드에서 선거는 '소비에트방식'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응대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대중(對中) 외교가 중국이 북한의 '불장난'을 막아줄 것이란 잘못된 가정 위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미국 조야(朝野)의 비판적 여론에도 지난해 천안문 성루에 올라 중국군의 무력시위 행진에 손을 흔들어준 것도 그런 가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미사일 발사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도 "북한이 기어코 발사하려 한다면 제지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 경제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객관적 상황을 감안하면 낯 간지러운 거짓말이다. 이제 결정할 때가 됐다. 중국이 친구인지 아닌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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