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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정치 1번지' 수성갑…삼세판 부겸이? 부지런한 문수? 둘 다 情이 가는데…

"부갬이가 삼세판이재, 이번에는 정말 함 해볼 만혀". 대구 수성구 한 경로당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이번에는 "부갬이를 찍겠다"고 했다.

야당 불모지인 대구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맞붙는 대구 수성갑은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두 후보에게는 정치적 명운이 걸린 싸움이다. 현재 분위기는 김 전 의원에게 훈풍이 불고 있다. 제19대 총선, 대구시장 선거에 이어 세 번째 도전으로 4년간 바닥 민심을 닦은 덕분에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대구는 여전히 새누리당 텃밭이고 숨은 보수층 표가 투표일에 움직일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수성갑 유권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김부겸 바람, 지금은 '훈풍'

두 차례 선거 치르면서 인간미 부각…여론조사 두 자릿수 이상 지지 앞서

요즘 수성갑에서는 어딜 가나 김부겸과 김문수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판세를 보면 김부겸 쪽으로 추가 좀 더 기운 분위기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매일신문이 여론조사 회사인 폴스미스에 의뢰해 지난달 19, 20일 수성갑 19세 이상 성인 남녀 842명을 대상으로 한 지지 후보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은 50.1%, 김 전 지사는 37.0%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앞서 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한 지표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27~29일 실시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의 지지율은 50.5%로 과반을 넘겼고, 김 전 지사는 31.9%로 지지율 격차가 18.6%포인트였다.

김부겸의 인기 요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대구에서 인간 김부겸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4년간 어딜 가도 눈에 띄는 '동네 아저씨' 이미지와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지내고 험지에 와서 고생하는 그를 향한 '동정론'을 바탕으로 바닥 민심을 다졌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사람을 만난 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범어동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는 "내가 최근에 김부겸 전 의원을 두 번이나 태웠다. 참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양반"이라며 "한 번은 대구스타디움 근처에서 이 사람이 붕어빵 봉지를 들고 내 차에 타더니 점심 대신 저걸 먹는다고 하더라. 나도 한 마리 얻어먹었다"고 김 전 의원을 격려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성구가 대구 다른 지역에 비해 '야성'이 강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점이다. 수성갑에는 의사, 교사 등 전문직이 많이 살고, 교육열이 높다. 30, 40대가 전체 인구의 45.3%를 차지하는 젊은 동네기도 하다. 이곳에서 김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40.4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지난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40.33%의 득표율을 올렸을 때 수성구에서는 47.49%를 얻었고, 수성갑은 김 전 의원에게 50.1%의 지지를 보내 권영진 대구시장을 앞섰다.

◆승리의 역풍 역풍 노리는 김문수

여론조사 결과보다 민심 잡기 집중…지지층 충성도 김 전 의원보다 높아

김 전 지사는 밀리는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가 출마 선언을 한 것은 지난해 6월, 김 전 의원에 비해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흩어진 새누리당의 당심을 한데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변경 가능성'을 놓고 보면 김 전 의원 지지자는 79.8%가 '계속 지지한다'고 한 반면 김 전 지사 지지층은 91.3%가 계속 지지 의사를 밝혀 충성도가 더 높았다.

또 수성갑의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갈팡질팡했던 것은 여의도발(發) '후보 교체설' 등 외부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공천장을 손에 쥐면 상황은 반전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지사 측은 언론이 앞다투어 쏟아내는 여론조사 결과는 "참고할 뿐 최종 성적표가 아니다"며 김 전 의원에 맞서 바닥 민심을 닦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전 지사 진영에서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선거 한 달 전 비슷했던 권영진·김부겸 후보 지지도가 투표에서는 10% 이상 권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점에 주목한다.

김 전 지사의 태도도 변했다. 자세를 한층 더 낮췄다. 처음에 가볍게 악수만 했다면 이젠 경로당에 가서 납작 엎드리고 큰절부터 한다. 그는 "대구 사람들은 낯을 가린다. 나는 낯을 안 가리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수십 년 살았고, 처음에 인사할 때 90도로 자세를 숙이지 않은 것도 대구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대신 그의 장기인 부지런함을 무기로 성실하게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김 전 의원에게 맞서고 있다. 수성갑의 한 유권자는 "사월역에서 거의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인사하는 김문수 후보를 만났다. 처음엔 의례적인 정치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매일 만나니 이젠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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