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새누리당 대구 경선이 '진박(眞朴) 논쟁'에 빠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진박 논쟁은 이른바 '진박 후보'를 만들었다. 밉보인(?) 일부 현직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에 저격수로 나선 진박 후보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비협조적인 현 의원들을 심판하고 대구 정치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끄럽지 못한 처신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쉽사리 얻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설 연휴 이후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해 민심을 흔들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전하는 진박 후보들
전략공천이 주를 이뤘던 앞선 대구 선거를 보면 새누리당은 간판만 달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선거 한 달 전에 느닷없이 나타나도 유권자들은 '혹시'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 채 묻지마식의 지지를 보냈다. 이번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새누리당 간판이 이번에는 진박 후보로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기류를 보면 유권자들은 진박 후보들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천 방식이 과거와 완연히 다른 데 기인한다. 과거에는 전략공천이 통했지만 이번에는 경선을 거쳐야 한다. 상향식 공천을 염두에 둔 총선 출마자들이 일찌감치 지역구에 자리를 잡고 민심을 파고들어 나름 지지율을 확보한 탓에 뒤늦게 뛰어든 진박 후보들에게 쏠림 현상이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발된 진박 후보들의 자격 시비도 제기됐다. 지금의 진박 후보들을 글자 그대로 진박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진박 대표 선수들은 박근혜정부의 장관급 인사 2명, 청와대 수석 2명을 비롯해 지역 금융계 인사, 전직 구청장 등이다. 이 중에서 청와대 수석 2명은 근무 기간이 길지 않았고, 지역 금융계 인사는 정치권과 별 인연이 없었다. 전직 구청장은 친이로 활동한 전력도 있다. 새누리당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진박이 맞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설 연휴를 계기로 반등의 계기를 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층이 설 연휴 동안 전하는 구전의 힘이 탄력을 받을 경우 진박 후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진박 후보 측 관계자는 "출사표를 던진 지 얼마되지 않은 탓에 유권자들이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며 "설 연휴를 계기로 진박 후보들의 면모가 알려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진박 후보의 고민은?
'진박'이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첫 출발할 때는 진박 후보 이름을 달고 일정 부분 지지율을 올렸지만 표의 확장성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가 '진박'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박 후보들은 '진박 프레임'에 갇혀 무슨 얘기를 해도 유권자들이 선입견을 갖고 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공유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 대구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기는커녕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 의원들을 심판하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진박 후보들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박 후보들은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 더욱 헌신하면서 개혁에 앞장서고, 침체된 대구 경제 살리기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현 의원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진박 후보 6인 회동도 이 같은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입장이다. 이런 진면목을 알릴 기회가 진박 프레임에 막혀 있다고 했다. 심지어 대중가요를 개사해 개그 소재로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등 희화화되고 있다. 정종섭(대구 동갑) 예비후보는 "우리 스스로 진박 후보라고 한 적이 없다. 언론에서 만든 '진박 프레임'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 "우리는 대통령을 팔지도 않는다. 누가 봐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뭣하러 대통령을 팔아가며 선거운동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경환(경산'청도) 의원도 "진박이니 뭐니 해서 코미디 하듯이 하는 것은 민심의 현주소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며 "국정 운영을 제대로 지원할 후보를 뽑는 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고 했다.
◆진박의 마지막 한 수는?
친박 핵심과 진박 후보들의 다음 수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회자되는 것이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타이밍'을 잡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박 후보들이 가장 필요한 시점을 택해 전격 대구를 방문, 이들에 대한 우회적 지지 또는 현 의원들에 대한 우회적 비판 등을 통해 민심의 변화를 이끌고 지지율의 반등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후발 주자의 한계와 자질론 논란을 일거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박 후보들에게 놓칠 수 없는 카드다.
실제 여타 후보들은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예비후보 측은 "박 대통령이 대구를 찾을 경우 지금까지의 선거 전략이 무의미해질 만큼 파괴력이 크다. 우리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했다.
또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 역할도 변수로 남아 있다. 대구를 잘 아는 이한구 의원이 위원장으로 내정된 이상 진박 후보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 의원이 악역을 맡아 현 의원이나 유력 경쟁자들을 견제할 경우 진박 후보들의 안착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진박 후보들은 대통령 방문이라는 최후의 카드가 남아 있고, 또 공천위의 역할도 변수로 남은 탓에 여전히 유리한 국면"이라며 "하지만 변수도 많아 쉽사리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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