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한 고의학서적에서 삼국시대 우리 의사와 유민이 전해준 한약처방전 37종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808년 일본 헤이안(平安) 시대 평성왕(平城王) 때 발간된 의서 '대동유취방'에 적힌 처방전 779종을 분석해보니 이 가운데 37종이 백제, 신라, 고구려, 가야인의 처방이었고 이 중에는 일본에 천자문, 논어 등을 전파한 백제 근초고왕 때의 박사 왕인의 처방전도 2종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우리에게 삼국시대 이전 시기는 사서들이 전란으로 모두 소실되어 역사의 공백이 적지 않은 부분이다. 지금 전해지는 삼국사기도 고려시대에 기술된 역사서이다. 따라서 삼국시대 이전의 한의약이 당시 중국과 어떻게 다른지는 제대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이웃 일본이 한약처방전을 전수받아 의서에 기록했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높은 의술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고조선 백두산의 특산품인 폄석이 침술의 뿌리가 되었다는 고고학적 사실에서도 보듯 한반도의 역사는 중국 대륙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중국 대륙과의 활발한 학문적 교류가 있었지만 우리 선조들은 중국과는 차별화된 우리 고유의 의학 이론과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문명을 지녔던 15세기 세종 때에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약재인 당제와 다른 우리 고유의 향토약 활용법을 기술한 의학서적 '향약집성방'이 발간되었다. 이런 정신은 16세기에도 이어졌다. 허준은 중국에 '북의'와 '남의'가 있다면 조선에는 이와 구별되는 '동의'(東醫)가 있다고 천명하며 왕명으로 자신이 편찬한 의학백과사전의 이름을 '동의보감'이라 하였다. 이 책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대한민국 국보로도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 산천, 기후, 풍습에 맞는 의학을 추구한 한의학은 환자 한명 한명의 개체 특성을 구별하여 맞춤 치료하는 조선 말 이제마의 '사상의학'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었다.
현대중의학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하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투유유'라는 중의사가 전통의서에 기초한 새로운 항말라리아약을 개발하여 노벨의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대중의학은 공산주의 유물론적 시각으로만 중의학을 개편하여 과거의 전통적인 의학 이론 체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한의학은 우수한 인력과 함께 전통적인 이론이 잘 보존되고 있는 강점이 있어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른다면 현대중의학 못지않게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전통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한의사들은 사암침법, 팔체질침법, 봉약침치료법 등 중국과 차별화된 치료 기술들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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