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유커 춘절 특수 동성로 '부족한 2%'

서울보다 덜 붐벼 쇼핑하기엔 딱…중국어 안통해 사고 싶은것 못 사

춘절을 맞아 중화권 관광객들이 한국 나들이에 나섰다. 1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쇼핑을 마친 대만 관광객들이 식당에 들러 한식을 맛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춘절을 맞아 중화권 관광객들이 한국 나들이에 나섰다. 1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쇼핑을 마친 대만 관광객들이 식당에 들러 한식을 맛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0일 오전 11시쯤 대구 반월당역 인근 수협은행 대구지점 앞. 중국어 안내판을 부착한 관광버스 한 대에서 대만 관광객 30여 명이 잇따라 내렸다. 20대부터 40,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들은 삼삼오오 팀을 이뤄 동성로로 향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오전을 차분하게 맞은 동성로는 이들의 등장에 시끌벅적해졌다.

춘절(7~13일)을 맞아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등) 관광객이 대거 대구를 방문하면서 동성로가 북적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춘절 기간 대구를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은 6천여 명으로 지난해(3천여 명)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김기완 대구시 관광과 주무관은 "중국에서 대구공항으로 오는 전세기가 늘면서 앞으로 중화권 관광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동성로로 유도해 서울 명동처럼 쇼핑 특구로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를 찾은 대만 관광객 일행은 전날 입국해 4박 5일 일정으로 대구와 부산, 경주 일대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미 부산에서 태종대와 용궁사를 둘러봤고 이날 오전 청도 와인터널을 구경한 뒤 동성로 쇼핑에 나선 것이다. 성입위(39) 관광 가이드는 "동성로는 거리가 깔끔하고 서울처럼 북적이지 않아 관광객 사이에 반응이 좋은 곳이다"고 말했다.

동성로를 둘러보며 대구와 첫 인연을 맺은 이들은 "시먼딩(西門町'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유명 쇼핑 거리)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 6, 7명과 함께 여행에 나선 왕버샹(32) 씨는 "쇼핑하기에 딱 좋은 곳 같다"고 말했다. 대구로 가족여행을 온 우지아린(44'여) 씨도 "대만의 시먼딩과 비슷해 젊은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몇 해 전 서울 여행을 했다는 우지아린 씨는 "싱가포르와 일본 등은 물론, 서울 여행도 해봤지만 항상 사람이 북적여 피곤했다. 하지만 동성로는 덜 혼잡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좋다. 덕분에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스웨터도 하나 구입했다"며 웃었다.

동성로에 들어선 이들은 스포츠웨어 매장과 액세서리점, 신발 멀티숍 등에 관심을 보이다 화장품 가게를 발견하자 적극적인 쇼핑객으로 변신했다.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왕버샹 씨는 옷가게 몇 군데를 돌아다니더니 쇼핑이 끝날 때쯤 그의 손에는 쇼핑백 여러 개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은 아쉬워했다. 왕이쉬안(24'여) 씨는 "친구들이 부탁한 한국 화장품을 사려고 하는데 어느 매장에서 파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종업원들에게 물어봐도 손사래만 칠 뿐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손짓 발짓을 다해가며 고생 끝에 몇 개의 화장품을 겨우 살 수 있었다. 동성로의 한 로드숍 매니저는 "최근 중화권 관광객이 몰리면서 고객 10명 중 3명은 유커다. 하지만 중국어가 가능한 종업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대구시와 동성로상가연합회 등에서 앞으로 통역 문제를 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성로 상인들에게 중국어 기본 회화 매뉴얼을 나눠주고 동성로상가연합회와 함께 교육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참여율이 높지 않다"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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