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역 컷오프 대구경북도 예외 없다" 전략공천 신호탄일까?

이한구의 '인위적 솎아내기' 현실화 되나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한구 위원장 앞을 엇갈려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한구 위원장 앞을 엇갈려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가 경선 일정에 속도를 내면서 대구 현 국회의원에 대한 컷오프에 대한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대구 출신의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이른바 '진박 후보'를 돕는 차원에서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사전탈락)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명분 찾기가 쉽지 않아 인위적 솎아내기로 전개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있는 의원 집중심사

이 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컷오프'와 관련 "여당에서는 '양반집 도련님'처럼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 월급쟁이 비슷하게 4년 내내 별로 존재감이 없던 사람들이 제법 있다"며 "그런 사람들은 아무래도 집중 심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필요한 개혁을 추진할 수 없겠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현역이라도 탈락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입장"이라면서도 "목표는 (현역의원) 몇 퍼센트 이런 식으로 가는 게 아니고 절대평가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알기 쉽게 하느라 비인기자로 표현했지 공천관리 규정에 부적격자 심사기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공천 심사 방향과 관련해서는 추상적인 부적격 기준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며 "부적격자를 알면서도 경선 과정에 참여시킬 수는 없다"고도 했다. 대신 (부적격 기준에서) '신망이 없는 자' '공직자 자격이 의심스러운 자' 등은 사전에 최대한 협의가 있어야 하고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기준이 많이 들어가면 해당 사항이 있을 때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공천 심사 과정에서 주관적 해석에 따른 잡음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위적 컷오프 '예고?'

이 위원장은 "대구경북도 우선추천지역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전략공천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동시에 컷오프에 대한 현역 프리미엄도 없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현역의원을 컷오프한 후 살아남은 후보들을 상대로 경선을 실시하면서 자연스레 현역 물갈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 국면을 그대로 두면 현역의원이 유리한 탓에 일부 반발에도 인위적인 컷오프를 실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벌어진 공천 학살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학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이계는 공천에서 친박계를 대거 배제했고, 이 과정에서 대구의 친박 의원들도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선거 기간 대구 달성에 칩거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살아서 돌아오라"며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 후보들을 지원했고, 그 결과 조원진(당시 초선), 박종근(당시 4선) 의원 등이 친박연대 소속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지역 정치권은 이런 아픈 기억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의 '캐릭터'상 컷오프를 밀어붙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집(?)에 가까운 소신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위원장은 대구 정치권의 사정에 밝다는 점을 내세워 컷오프를 통해 인위적 물갈이를 할 가능성이 있고, 컷오프의 명분은 현 의원에 대한 교체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19대 국회에서 대구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미약하다는 여론이 있다는 점을 무기 삼아 과감하게 컷오프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박계와 유승민 의원의 운명은

이 위원장은 '비박(비박근혜)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피해 의식이 녹아 있으니 걱정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당헌'당규대로 하겠다는 것이고 비박이고 친박이고 구별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중도하차하면서 공천 여부를 주목받아온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교체 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는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무조건 된다는 얘기를 못한다"면서도 "최소한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내가 알기로는 저성과자는 아니다"며 교체 대상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적 의도 우려

현역의원 솎아내기 차원에서 컷오프가 진행될 경우 반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진박 후보'들이 후발 주자의 한계와 자질론 논란 속에 기대만큼 뜨지 않는 상황에서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가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즉 진박 후보들을 의도적으로 돕기 위해 현역의원에 대한 인위적인 솎아내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박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이고, 총선 불출마로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탓에 과감하게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현역 국회의원은 "당이 정한 공천룰에 따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공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믿고 있다. 당이 정한 공천룰에는 컷오프에 걸릴 현 의원은 없다"고 반발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