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은 날씨보다 유독 마음이 싸늘했다.
동대구역 앞에 길게 늘어선 택시 풍경이, 아들 취직 걱정에 한숨짓는 옆집 아저씨 표정이, 치솟는 물가에 넋두리하는 주부들의 목소리가 그랬다. 여기에다 북쪽에서 들려온 장거리 로켓 발사 소식은 싸늘한 마음을 더 움츠리게 했다. 정부는 설 연휴 마지막 날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강수로 끊이지 않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했다.
굳이 통계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요즘 최악이다. 불경기로 대기업 공채 폭은 줄었고, 상당수 중소기업은 있는 직원들조차 건사하기 힘든 지경이다. 물가는 기름 값만 제외하고 모두 오르고 있다. 특히 소고기와 돼지고기, 배추, 시금치, 마늘 등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택시 기사는 승객들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다. 조카나 손자·손녀에게 건넨 세뱃돈도 5만원에서 2만·3만원으로, 1만원에서 5천원으로 덩달아 줄었다.
청와대에서 설을 쇤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은 더 착잡했을 터다. 안으로는 일자리 등 경제난으로 인한 아우성을 들어야 하고, 밖으로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맞서 국제 공조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설 풍경을 빚어낸 것처럼 박근혜정부의 3년간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 일자리, 기업유치, 수출 등 어느 하나 긍정적인 신호가 없다. 중국발 쇼크와 저유가, 경제 관련 법안 통과 지연 등 국내외적인 환경 탓을 하지만, 핑곗거리로만 들린다. 국정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글로벌 환경 속에도 지난해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은 우리의 2%대를 웃도는 3.1%를 기록했다.
경제'민생 관련 법안 탓도 궁색하다. 1998년 말 시작된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관련법이 아예 없었던 이전 정부의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았다는 점을 정부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수재들이 몰린 경제 부처와 경제 관련 기관, 참모 등을 컨트롤해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할 타워는 국회가 아니라 청와대에 있다.
대북 관계도 악화일로다. 그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엄포를 놓던 정부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이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림으로써 이제 우리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대북 협상카드는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하던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도 지난 5일 통과됐지만, 서민과 젊은이들의 아우성, 얼어붙은 남북 관계 속에서 정부가 봄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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