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일 對 북-중-러, 신냉전 격랑

남북 비공식 대화채널 조차 끊겨…7·4성명 이전 회귀 평가도 나와

남북을 연결하는 끈이자 남북교류를 상징하는 최후의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단이 전격 폐쇄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전면적인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여기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내 배치 논의에 들어감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어 한반도 주변 정세가 1990년대 이전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갈등 구도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했고, 북한은 11일 이에 맞서 개성공단 폐쇄와 남측 인원 전원 추방이라는 강수로 대응했다. 이어 북한은 남북 사이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된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마저 폐쇄시켜 버렸다.

이로써 남북 간의 공식 비공식 접촉 통로는 모두 봉쇄됐다. 한반도 정세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직통전화 개설을 합의한 44년 전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는 평가마저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9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전개된 햇볕정책 이전으로 돌아간 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북한 측도 우리 측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김대중-김정일)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통로 역할을 하던 개성공단의 폐쇄는 남북 교류'협력의 전면 중단을 의미한다. 또한 김대중'노무현정부가 추진해온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라는 정책 기조 역시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남북 간에는 이제 방송과 통신 등 언론 매체나 제3국을 통한 간접 대화 채널 밖에 교류의 어떤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당국 간 공식 채널은 물론 민간 차원의 비공식 접촉과 경협 채널까지 전면 단절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수정 내지 폐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박근혜 대통령은 동북아 주변국 정세에 긴장을 조성하고 남북 대치를 심화시키는 핵개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 이후 밀월관계로까지 일컬어지던 한-중 관계 역시 악화 내지 냉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 동참이 없는 한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북관계는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한반도 주변 정세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북한이 "남조선 괴뢰 패거리는 개성공업지구를 전면 중단시킨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함에 따라 북한의 국지도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고 철저하게 대응'응징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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