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지음/ 한경BP 펴냄
저자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는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저술과 연구활동에 힘입어 31세에 와튼스쿨 종신교수로 임명되었다. 그의 강의는 '새롭고 실제로 적용 가능한' 내용으로 정평이 나, 4년 연속 '최우수강의평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저자는 오리지널스(originals)를 '대세에 순응하지 않고, 시류를 거스르며, 구태의연한 전통을 거부하는 독창적인 사람들'로 규정한다.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 마틴 루서 킹, 에이브러햄 링컨…. 이런 사람들쯤이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런 오리지널스(독창적인 사람들)의 경우 '확신에 차 있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가'나 '타고난 직관력을 가진 천재'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을 갖춘 영도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독창적 혁신가의 신화는 전부 틀렸다"고 말한다. 이들 영웅들도 평범한 우리처럼 실패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옆에서 등 떠밀어 억지로 책임을 떠맡았으며, 마감이 닥쳐서야 겨우 완성하는 미루기의 대가들이라는 것을 정치'경제'문화계를 망라한 다양한 연구결과와 현장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창업을 할 때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하는 게 좋을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 낮았다. 2015년 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에 오른 와비파커가 좋은 사례이다. 처음에 대학생 4명이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자는 사업 구상을 했다. 대부분 성공을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창업에 전부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창업 준비를 하면서도 인턴십을 계속했고, 졸업 후에 일할 직장까지 미리 구해 놓았다. 저자는 가진 것을 모두 걸기는커녕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대안까지 마련해 놓은 점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이런 사례는 아주 많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는 새 사업을 시작한 뒤에도 본업인 회계사 일을 한동안 계속했고, 애플 컴퓨터를 발명한 뒤 스티브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창업을 했지만 본래 직장인 휴렛팩커드에서 계속 일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마찬가지로, 인터넷 검색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아낸 뒤 한참이 지나서야 대학원을 휴학했다.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다. 최고의 기업가들은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위험 요소를 아예 제거해버리는 사람에 가깝다.
천재의 직관도 아무 때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토마스 에디슨이라 불리는 딘 카멘이 실리콘밸리를 단번에 사로잡은 발명품 '세그웨이'를 만들자,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전설적 투자자 존 도어는 그 기업에 8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런데 이 제품은 6년 동안 겨우 3만 개 팔리는데 그쳤고, 10년 후에도 회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천재들의 직관은 왜 빗나갔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만 직관이 정확히 맞는다. 비전문가는 직관보다 철저한 분석을 할 때 더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잡스는 디지털 분야 전문가이고, 베조스는 전자상거래 달인이며, 존 도어는 인터넷기업과 소프트웨어에 투자해 성공한 투자자일 뿐이었다. 이들 모두 '세그웨이'가 속한 교통수단에는 문외한이었다.
'머뭇거리지 말고 먼저 행동하라'는 선발주자 컴플렉스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창성은 서두른다고 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할 일을 미루면 생산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마틴 루서 킹의 워싱턴 대행진 연설문과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은 전날 밤에도 다 완성하지 못했다.
이 책 오리지널스가 시사하는 점은 평범한 우리도 '오리지널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웅들도 우리처럼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다만, 도전에 직면했을 때 얼어붙거나 나약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464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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