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힘내라, 젊은 연인!] 울고, 함께 보듬고…가난한 오늘을 사는 연인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사랑은 무슨…."

힘들수록 사랑은 애처로워진다는 말이 맞다. '등 따습고, 배불러야' 연인들도 행복하다. '등 따습고'는 주거'의류가 여유가 있다는 의미고, '배불러야'는 음식이 해결된다는 뜻이다.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에 여유가 있어야 사랑도 더욱 꽃이 핀다고 해석해야 무방하다.

요즘 젊은이들도 사랑하기에 참 딱한 처지다.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사회적으로 널리 논란을 일으키는 측면만 봐도 그렇다. 금수저들이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해 그렇다 치더라도 흙수저들은 당장 앞날이 막막해 데이트는 물론 결혼은 '넘사벽'(넘지 못할 벽)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20대 중'후반, 30대 초반 청춘들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1.돈 때문에 깨져버린 2년간의 사랑 "자존심이 다쳤어요"

"남자로서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짓밟혔습니다."

20대 후반의 이 연극배우는 2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3개월 전에 헤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양쪽의 경제적 차이였다. 중견기업 간부의 딸인 여자친구는 외국 유학을 갔다 올 정도로 집안에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오로지 연극배우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 경제적 격차는 급기야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수시로 무시하는 말을 내뱉는 형태로 나타났다. 여자친구는 수시로 "너 나랑 결혼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내뱉었고, 데이트 비용이 없어 허덕이는 모습을 보며 "넌 왜 그렇게 쪼잔하니? 남자가 참 불쌍하다"는 말까지 했다.

이 연극배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무너지면서 '이별'을 선택하고 말았다. "당시 그 여자친구는 농담처럼 쉽게 우리 집이 가난한 것을 무시하는 말들을 뱉었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들을수록 자존심이 상하고, 만약 결혼을 한다고 해도 양가에 불행을 초래할 것이 뻔해 보였습니다. 돈 때문에 사랑이 멀어진다는 말이 맞아요."

이 연극배우는 힘들어도 연극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있으며, 또다시 다가올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있다.

#2."물질은 늘 부적하지만 좋아하는 일 하고 서로의 꿈 키워요"

지역의 공연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명 씨는 4년 전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을 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음향을 전공한 아내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훌륭한 내조자다. 아직은 번듯한 내 집이 없지만, 둘 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며 만족해하고 있다. 김 씨 부부 사이에는 아직 자녀가 없다. 가난한 현실과 육아를 하기에는 양쪽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출산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오전에 헬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오후에는 연극 활동에 골몰한다. "아직 꿈은 연극배우로 성공하는 것입니다. 제 아내를 위해서라도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영화에도 단역으로 출연하고 싶어요."

서른한 살 조성준 씨도 여자친구가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결혼은 미루고, 연극에만 매달리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연기학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연기지도를 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한결같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사실 많이 미안하다"며 "그래도 지금 와서 다른 직장에 취업하기보다는 연기판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3.집 구입·출산·육아…짐이 무거울 것 같아 "결혼이 두려워요"

30대 초반의 회사원인 이심실(가명) 씨는 남자친구와 잘 사귀고 있지만, 결혼이 두렵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이 씨는 "지금은 혼자 회사도 잘 다니고 있고, 일상생활의 만족도도 높지만 결혼 이후에 닥칠 일들이 마냥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혼한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런 고부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상도 하기 싫다"고 답했다.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씨는 6천만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어, 남자친구가 돈을 보태고 대출을 받으면 조그만 전세 아파트 정도는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둘이 오순도순 살 정도의 결혼자금만 가지고, 앞으로 닥칠 출산'육아 등을 감당하기에는 다소 벅찬 느낌이 이 씨의 마음에 큰 짐으로 다가온다.

현재 남자친구가 싫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씨는 허우대도 멀쩡하고, 성격도 좋은 남자친구가 좋다. 단 한 가지 단점은 있다. 해외에 출장 나가 있는 날들이 너무 많아, 자주 얼굴을 보기 힘들다. "사실 영어속담 '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하지만 아직은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연애 감정을 가지고, 연인으로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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