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구청들이 중구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길)을 모방해 경쟁적으로 새로운 문화거리 조성에 나섰다고 한다. '김광석 길'이 지난해에만 84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받자, 이에 자극받은 구청들이 지역 출신 인물이나 거리 특징을 이름으로 내걸고 관광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구청은 산격동에서 활동한 이인성 화백을 테마로 '이인성 사과나무 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인성 화백이 어릴 때 산격동 일대에서 사과나무를 많이 그린 점에 착안해 벽화 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수성구청은 대구 출신 '정호승 시인의 길'을 추진 중이다. 범어천 공원 일대 400m 구간에 '시인의 길'을 만들고 정호승 문학관도 건립한다. 정 시인이 뛰어난 문학가임에는 분명하지만, 자치단체가 현존 인물의 문학관을 세우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구청은 봉덕동 일대에 '한미 친화거리' 조성을 계획 중이다. 11억2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캠프 워커 정문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각종 문화교류 사업도 추진한다. 서구청은 비산동 일대에 1970, 80년대 골목문화를 보여주는 '행복한 날뫼길 만들기' 사업을 벌인다.
대구에 더 많은 문화명소가 생기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김광석 길'을 무작정 따라한다고 해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광석 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과정과 배경을 면밀히 연구하고 사업에 적용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이다.
'김광석 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가들과 시장 상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만의 독특한 색깔, 문화와 경제, 관광과의 접목, 다양한 문화행사와 홍보 활동이 함께 어우러져야 새로운 명소가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소중한 사례다. 만약 공무원들이 '김광석 길'을 주도했더라면 평범한 거리로 전락했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안다. 각 구청이 새로운 거리 조성 사업을 벌이면서 단순하게 베끼고 차용하는 데 열중한다면 사업비 낭비는 물론이고 주민 불편만 더해질 뿐이다. 내용과 본질을 알고 제대로 베껴야지, 겉만 모방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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