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가정 호스피스

사회학자 칼 필레머가 쓴 '삶을 위한 30개의 레슨'(번역본 제목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 이런 조언이 있다. '나이 먹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건강에 유의하고 죽음을 걱정하지 마라. 노후의 거처를 준비하라.'

70세 이상 보통의 노인 1천 명을 인터뷰해 평범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지혜를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크다. 노화라는 자연적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차분히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권고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별 이상이 없고 여유 있게 노후를 보내는 이들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조언이다.

하지만 형편이 팍팍한 노년층이나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중년층에게는 다르게 들릴 수도 있다. 미래라는 단어에 희망보다 불안감이 앞서면 나이 듦을 '쿨'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나이를 먹고 노년을 보내는 일이 오로지 개인에게 맡겨진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반면 빈틈없는 사회복지 시스템과 성숙한 공동체 인식 등 제도적으로 개인의 남은 삶을 보다 편안하게 뒷받침한다면 노년에 대한 정서적 간극을 좁힐 수 있다. 특히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는 큰 위안이다.

정부가 병원 중심의 호스피스 서비스를 가정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달부터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대구의료원 등 전국 17개 의료기관을 통해 시범 실시하고 내년에 대상 환자를 넓힐 방침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2012년 말기 및 진행 암 환자 4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병원보다 가정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환자가 70%를 넘었고, 가정 호스피스 이용 의향이 있는 환자는 90%에 가깝다.

문제는 비용과 전문인력 확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적용해 개인 부담을 5% 수준에 맞출 생각이다. 의사나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번갈아 방문하는 왕진(往診) 서비스를 받아도 한달에 5만원이면 되도록 짰다.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으면 이용료 부담은 96만원으로 올라간다.

가정 호스피스는 말기 암 환자 등에게 마지막 시간을 평소처럼 편안히 보낼 수 있는 익숙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있는 것보다 집에서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임종하는 것도 죽음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한 방법이다. 대부분 집에서 태어나고 죽었던 지난날 우리 삶의 방식이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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