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품 '예수' 전시회 끝난 뒤 주교좌 범어대성당에 봉헌

십자가 못 박힌 모습 500호 대작…조환길 대주교 "심장 멎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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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시선\\'이라는 주제의 권순철 작가의 작품 개인전에 앞서 권 작가(맨 오른쪽)가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등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500호 크기의 \\'예수\\'는 오는 5월 축성식을 갖는 범어대성당에 봉헌될 예정이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권순철 작가가 16일(화)부터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시선'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권 작가는 1950년대 초기 습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에 걸쳐 작업한 회화와 조소, 설치작품 등 400여 점을 선보인다. '시선'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모티프로 꾸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권 작가의 '시선'인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뜻한다.

그림의 주제는 산과 바다, 사람의 얼굴이다. 바다 그림은 짙푸른 물속의 움직임과 그 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묘사한 탁월한 붓질을 볼 수 있다. 권 작가는 특히 인물을 많이 그리는데, 그가 그리는 인물은 대부분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한국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세파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온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세월 힘겹게 살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촌로, 촌부의 일그러지고 찌든 모습들, 한 많은 세월을 살다 속절없이 죽어 간 그 애절한 잔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 선큰가든에서 열리는 33점의 한지 드로잉으로 이뤄진 설치작품은 기미독립선언문의 33인에서 모티프를 얻어 작업한 것이다.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33인은 표면적 모습과 달리 하나의 시선으로 집중되고 있다.

권 작가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분단, 5'16 등 질곡의 역사를 극복하고 견뎌낸 소중한 가치를 어르신의 얼굴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권 작가의 작품은 사려 깊고 진지하며 남다른 데가 있다. 그는 스케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 그림을 그리는데, 작업 방식은 철학자가 사색을 하는 것처럼 붓으로 사색하면서 한다. 그런 면에서 권순철의 그림에는 철학이 있고 우리 현대사에 대한 통찰이 스며 있다"고 평했다.

특히 이번 작품 가운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표현한 작품 '예수'는 전시가 끝나면 올 5월 축성식을 갖는 천주교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 기증된다. 이날 작품 '예수'를 처음 접한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며 "귀한 작품을 기증해 줘 감사하다. 전시회가 잘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2일(일)까지. 053)79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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