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선천성 혈관기형 앓는 신재영 군

불치병이란 말에 "왜 하필 나야" 펑펑 운 아들

선천성혈관기형으로 왼쪽 다리가 굵어져 항상 압박 스타킹을 입어야 하는 신재영(가명) 군. 엄마는 그런 재영이가 안쓰러워 매일 다리를 안마해준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선천성혈관기형으로 왼쪽 다리가 굵어져 항상 압박 스타킹을 입어야 하는 신재영(가명) 군. 엄마는 그런 재영이가 안쓰러워 매일 다리를 안마해준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신재영(가명'15) 군은 학교 화장실에 갈 때면 좌변기만 찾는다.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어서다. 재영이는 교복 안에 두꺼운 압박 스타킹을 늘 입고 있다. 그래서 재영이는 청바지가 한 벌도 없다. 펑퍼짐한 운동복이 전부다. 모두 2년 전 재영이가 선천성혈관기형 진단을 받으면서 생긴 변화다. 그날 이후 재영이의 꿈도 법조인에서 사업가로 바뀌었다. "몸이 아프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잖아요. 사업가는 다리가 불편해도 가능할 것 같아요."

◆점점 굵어지는 왼쪽 다리

재영이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다리가 조금 이상했다. 시퍼런 혈관이 오른쪽 다리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걱정이 된 아빠가 돌이 지난 재영이를 안고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다리 길이가 5㎝ 이상 차이 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며 "혈관은 18세가 될 때 수술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빠는 그 말을 믿고 2년에 한 번씩 재영이의 다리 길이 검사만 받았다.

그런데 재영이는 또래 아이들과 계속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다. 혈관이 왼쪽 다리 전체를 흉측한 모습으로 뒤덮었다. 왼발은 퉁퉁 부어 오른발보다 한 치수 큰 신발을 신어야 했다. 재영이가 13살이 되었을 땐 다리 길이 차이까지 1.6㎝로 벌어졌다.

그때야 아빠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른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재영이가 '기타 말초혈관계의 선천성 기형'이라는 희귀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병명에 아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왼쪽 허벅지에 대퇴정맥이 없다네요. 그 대신 다른 혈관들이 잔가지처럼 다리를 휘감으며 퍼지는 거래요." 더 기가 막힌 건 불치병이라는 사실이었다. 다리가 굵어지지 않도록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치료법의 전부다. "제 탓입니다. 재영이가 2살 때쯤 아내 빚 문제로 이혼한 뒤 바쁜 삶에 쫓겨 제가 아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서인 것만 같아요,"

압박 스타킹을 재영이에게 건넨 날, 재영이는 어린 아이처럼 큰 소리를 내며 펑펑 울었다. 자라는 동안 크게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아들이었다. 먼저 말하지 않아도 묵묵히 공부해 전교 1'2등을 늘 도맡아 했다. 그런 듬직했던 아들이 주저앉아 우는 모습에 아빠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결국 아빠는 재영이에게 '나을 수 없는 병'이란 말을 전하지 못했다.

◆만성 신부전증까지 찾아와

불행은 쉬지 않고 찾아왔다. 지난해 가을 학교에서 한 소변검사에서 재영이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설마 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곧장 달려간 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특히 왼쪽 신장은 혈관기형까지 겹친데다 이미 70%가 망가져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이 역시 약 말고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더 악화되면 혈액투석과 신장이식까지 해야 해 아빠는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평소 힘든 내색을 하지 않던 재영이가 얼마 전 '왜 하필 나야'라고 묻더군요.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되겠죠? 포기하고 싶지 않네요."

아빠가 재영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아픈 다리로 삐뚤어진 허리와 척추가 자리 잡도록 하는 재활치료와 성장치료를 받게 해주는 것. 그리고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틈틈이 다리 안마를 해주는 것이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전부다.

그런데 이마저도 아빠는 점점 힘에 부친다. 지난해 들어간 재영이 치료비는 1천200만원. 재영이 형까지 5년 전 오른쪽 귀에 이명과 난청 판정을 받아 치료비로 매년 200만원이 드는데다 얼마 전 대장출혈까지 발생해 아빠는 걱정이 태산이다. 막내딸도 용혈성 빈혈로 매년 수십만원의 치료비가 필요하다. 4년 전 재혼한 아내마저 얼마 전 경추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에 210만원 정도 되는 아빠의 월급만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를 감당할 길이 없다. 지난해 낸 대출 4천만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아빠는 돈 때문에 희망마저 없어질까 봐 자꾸만 겁이 난다. "재영이가 최근 장학재단 장학생으로 뽑혔어요, 본인도 힘들 텐데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요. 저도 힘을 내야겠죠."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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