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은 밤, 갑자기 고열 시달리는 우리 아이

생후 2~6개월에 열 나면 세균 감염 주의

김영진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김영진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아이의 열은 정상까지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잘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가 돼야한다"고 조언했다. 대구파티마병원 제공

직장인 유모(38'여) 씨는 며칠 밤을 꼬박 세웠다. 생후 20개월이 지난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며 보챈 탓이었다. 낮 동안에는 잘 놀던 아이가 밤이 되면 체온이 39℃ 이상 치솟았고, 조금 자고 일어나 칭얼거리기를 반복했다. 해열제를 먹이면 서너 시간은 잠잠해졌다가 다시 보채기를 반복했다. 유 씨는 "병원에서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 해열제 처방을 받았지만 닷새가 지나서야 겨우 열이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고열에 들뜬 아이를 안고 어쩔 줄 몰랐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열이 나면 당장 아이가 큰일이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사로잡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열 자체가 아이에게 해를 끼치진 않는다. 열은 아이의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이 떨어져도 아이가 잘 놀지 못하거나 독감, 심각한 세균 감염이 고열의 원인인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의 열은 밤에 오른다

아이들의 체온을 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체온은 귓구멍에 대고 재는 고막체온계를 기준으로 38도 이상인 경우에 열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고막체온계의 경우 양쪽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쪽을 더 정확한 체온으로 보면 된다. 겨드랑이 체온계의 경우는 실제 체온보다 0.5~1도 정도 낮게 나올 수 있다.

체온은 시간대에 따라 1도가량 차이가 난다. 해뜨기 전 새벽에 체온이 가장 낮고, 오후 6~8시쯤에 가장 높다. 아이들은 열이 나도 낮에는 잘 견디다가 해가 지고 체온이 오르면서 늦은 밤 고열로 치솟는 경우가 많다. 연령에 따라서도 체온이 차이가 난다. 대략 36.5~37.5도 사이라면 정상 체온으로 보면 된다. 열이 내렸을 때 아이의 상태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열이 높을 때는 축 처졌다가, 열이 내리면 평소처럼 잘 놀고 어느 정도 먹는다면 병을 이겨내고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

◆나이에 따른 열의 원인

엄마에게 항체를 물려받은 신생아는 고열이 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생후 2~6개월 사이에 열이 난다면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도 뇌수막염이나 요로감염, 패혈증 등 심각한 세균 감염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이 같은 감염성 질환이 아니더라도 고열이 계속된다면 가와사키병도 의심해 볼 수 있다.

급성 열성 혈관염인 가와사키병은 만 5세 미만의 어린이가 고열이 며칠간 지속되고 몸에 발진이 생기는 질환이다. 눈이나 입술, 손바닥 등이 붉어지고 목 주변 임파선이 붓기도 한다. 보통 돌을 전후해 발병하지만 드물게는 생후 100일 전인 아기도 가와사키병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 병은 항생제에 전혀 반응이 없고, 면역글로불린이라는 약을 주사로 투여해야 만 치료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이 밖에도 계절에 따라 유행하는 바이러스 질환도 유의해야 한다. 겨울에는 독감 바이러스와 장염을 유발하는 로타바이러스가 유행한다. 봄이 되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메타뉴모 바이러스나 보카 바이러스가 많아진다. 여름에는 각종 장염 바이러스가 증가하고, 찬바람이 불면 밤에 '컹컹' 거리며 기침을 하는 후두염이나 심한 기침을 유발하는 RS 바이러스가 유행한다.

◆체온보다 낮은 물에 목욕도 도움

열은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해열제는 빨간색 시럽인 타이레놀과 주황색 또는 분홍색 시럽인 부루펜 계열이 있다. 둘 다 해열 효과는 비슷하다. 해열제는 아이의 몸무게에 따라 먹인다. 한 번 먹일 때 몸무게의 1/3~1/2cc가 적당하다. 가령 몸무게가 12㎏인 아이라면 4~6cc를 4, 5시간 간격으로 먹이면 된다. 해열제가 내릴 수 있는 체온은 1~1.5도 정도이므로 39도 미만을 유지하는 정도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39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한 번 더 먹이면 열을 좀 더 내리게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자주 해열제를 먹이면 체온이 내려가는 새벽 시간과 맞물려 저체온에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싫어한다면 체온보다 낮은 36~37도가량 되는 물에 10분 정도 목욕을 시켜도 도움이 된다.

김영진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아이가 열이 나는데도 오한을 느끼거나 몸은 뜨거운데 손발이 차갑다면 무작정 옷을 벗겨 몸을 닦지 말고 해열제를 먹인 뒤 얇은 옷이나 이불로 덮어주고, 오한이 끝나면 잘 주물러 주어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영진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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