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멜리스' 배우 홍수아

중국 영화 '원령'과 중국 드라마 '온주량가인' '억만계승인' 등을 통해 대륙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홍수아(30)가 오랜만에 국내 작품으로 복귀했다. 올해 국내 드라마 케이블채널 KBS Drama '천사의 복수'로 약 3년 만에 복귀 예정인 그는 제대로 워밍업을 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멜리스'(감독 김용운)를 통해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외면한 채 친구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했던 리플리 증후군 환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04년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범죄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저예산 작품이고 대중의 호감을 불러오진 못했으나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홍수아는 극 중 한 가정을 벼랑으로 내몬 가인 역할을 맡았다. 지고지순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일순간 악한의 모습으로 돌변해 관객을 소름 끼치게 했다. 1인 2역을 보는 듯하다. 홍수아는 "제대로 된 악역을 처음 연기했는데 좋았다"며 "집에서는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지만, 밖에서는 직업 때문에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표출할 수 없는데 스트레스가 풀렸던 것 같다"고 웃었다.

"저를 배신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뒤에 가서는 욕하고 다닌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리플리 증후군 환자 아닌가요. 전 사랑으로 대했는데 아닌 이들이 몇몇 있어서 정말 속상했어요. 그런 것도 질투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홍수아는 '연기 갈증'을 토로했다. 연기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찾아주는 곳이 없었단다. 3년 전 중국의 러브콜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13년 끝났던 드라마 '대왕의 꿈'이 중국에서 방송됐는데 중국영화 '원령'에서 필요했던, 어딘가 슬픔이 묻어나는 눈빛의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그게 저라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는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 전 정말 가고 싶었어요. 기회니까요."

"중국에서는 아직 신인"이라고 강조한 홍수아는 "대륙시장이 넘쳐나는 만큼 배우들이 정말 많다. 기회를 잡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 하지만 난 한국 사람인데도 중국에서 주인공으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인 것 같다"고 좋아했다.

욕심도 냈다. "대륙의 진짜 여신이 되고 싶어요. 중국 팬들이 SNS에 남긴 글은 사랑스러워요. 한국 사람들은 '언니 좋아요' 정도인데, 중국은 '나의 여신님, 오 나의 공주님' 이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이런 얘기를 어디서 들어보겠어요. 한국에서는 팬보다 안티 팬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중국에서는 사랑해주는 게 느껴지니깐 고마울 뿐이죠."

그의 말처럼 홍수아에게는 꼬리표처럼 '악플'이 따라다닌다.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아쉽긴 하지만 모두가 나를 좋아해 줄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악플은 안 보려고 하는 편이죠. 그래도 그렇게 반응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홍수아는 중국에서 인기 조금 있다고 나태하게 굴지 않는다. 중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운만 좋은 게 아니라, 노력도 병행하는 노력파다. 지난해 홍콩에서 진행된 2015 페스티벌 MAMA에서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선보여 한국과 중국을 놀라게 한 게 그 증거다.

"내 밥줄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했던 거죠. 저를 살린 게 중국이잖아요. 주위에서 MAMA 시상식 보고 '멋지다'고 하던데, 기분 좋았어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에서도 사랑받았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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