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함께 가장 오래된 조미료가 천연 식초다. 소금이 자연에서 얻은 조미료라면 천연 식초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인간의 기술이 더해진 최고의 조미료다.
조상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천연 식초는 느림의 미학으로 완성된다. 사계절을 거치면서 발효와 숙성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초맛이 가면 집안이 망할 징조' '부정한 여인은 식초를 빚을 수 없다' '식초는 빚는 자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로 식초 빚는 일을 신성하게 여겨 왔다.
대구에도 건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천연 식초 명소가 있다. 물맛 좋고 공기 맑은 달성군 가창면에 자리 잡은 '구관모 식초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25년 넘게 천연 식초를 연구해 '식초 장인'으로 불리는 구관모(70) 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했다.
이곳에서 방문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천연 식초 제조에 필요한 아름드리 항아리들이다. 6천611㎡(약 2천 평)의 대지에 1천 개가 넘는 항아리들이 열병하듯 자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자연의 숨결로 빚어지고 있는 천연 식초를 눈으로 확인하고 향기를 음미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식초를 만드는 최적의 도구인 '초두루미'다. 이른바 식초 항아리로, 발효 종주국인 한국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도자기 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천연 식초에 공들인 세월을 말해주듯 2천여 개의 초두루미를 보유하고 있는 구관모 관장은 "초두루미는 장수를 상징하는 두루미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스스로 온도와 공기의 양을 조절해주는 신비한 항아리"라며 "지방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조상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귀한 골동품이라 전국을 돌며 수십 년에 걸쳐 수집했다"며 "지금은 충분한 전시 공간이 없어서 일부만 전시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초두루미 박물관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관모 식초박물관에서 제조되는 천연 식초는 3년 이상 발효 숙성의 과정을 거친 제품들이다. 오랜 기간 숙성이 잘되어 검은빛이 도는 천연 식초는 특별히 '흑초'라 부르며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집념 하나로 식초에 쏟은 열정과 고난의 시간이 작은 병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평생 식초 외길을 걸어온 구 관장은 그동안 식초 강좌를 개설해 많은 사람들에게 제조법을 보급하기도 하고 천연 식초의 효능을 알리기 위한 저술 활동에도 매진해 왔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온몸으로 체험해온 식초 전문가인 그는 "가장 자연적인 것이 우리 몸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며 지구상에서 식초보다 좋은 자연 치료제나 건강 장수식품은 없다고 자부한다"며 "한국 식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천연 식초를 통해 건강하게 몸을 회복시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천연 식초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구관모 식초박물관은 천연 식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문 가능하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에는 현미송엽 흑초, 다슬기 흑초, 오디 흑초, 초밀란, 초란 등 다양한 천연 식초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문의 053)588-6666, 홈페이지 www.kookwan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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