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반응을 살펴보면 결과가 신통치 않다. 국민에게는 감동을 주지 못한 것 같고 야당에게서는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것 같아서다. 국회 연설 전과 후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비포'와 '애프터'에서 별 차이가 없다.
대통령의 연설에서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기존의 방식과 선의(善意)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대북 정책의 수정 내지 변화를 언급한 것이었다. 실패나 폐기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기존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라고 다들 그렇게 해석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게는 북한을 향해 내보일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이제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북한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도록 하겠다"며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들린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또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위력을 증강시키고, 한미 동맹의 미사일 방어 태세 향상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며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를 그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다 '구문'이다. 온 신문과 방송에 도배한 내용으로 국민들이 이미 다 아는 것들이었다. 그동안 담을 쌓고 있던 국회에 직접 나와 하는 연설이라서 주목을 받았으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귀를 솔깃하게 만든 내용은 없었다.
물론 한반도에 미군의 최신'최강 전략무기들이 대거 선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이들이 한반도 상공과 해상에 나타나 무력시위를 벌이는 게 불장난을 좋아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는 공포의 대상이라지만 우리 마음대로 보여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미국이 마음먹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 것이 아니니까.
말이 좋아 '한-미 공조' 강화이지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라는 걸 국민들도 다 안다. 우리 실력이 없으니 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떠날 화력들이다. 그다음에는?
우리의 '유이'(唯二)한 대북 카드는 안타깝게도 대북 확성기 방송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미 둘 다 써먹었다. 고고도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비용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추가로 배치되고 사드 시스템이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 또 이런 것들이 국민들의 북한 미사일 공포를 다 걷어내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 더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라는 북한의 저고도 중단거리 미사일 억지력은 논외이다.
중국이, 러시아가 북한의 숨통을 조일 정도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다. 국민들도 다 아는 걸 정부가 기대하거나 계산에 넣었다면 수준 이하의 오산이자 착각이거나 여론 호도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존재는 우리에게 약이기도 하지만 대북 문제에서만큼은 병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들 눈에도 힘으로 북한을 내리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개성공단 중단에 55%가, 사드 배치에 68%가 찬성을 했다지만 이 정도의 국회 연설이라면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물어보나마나다. 몇 달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심판'의 대상이라며 야당을 지목했던 대통령이었다. 이날도 대통령은 '북풍 의혹'을 들어 야당을 비판했다. 여야가 따로 없는 위기 상황이라서 국론 통일이 필요하다면서도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통과 이야기를 길게 했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편향된 시각을 거두라"고도 했다. 야당의 반응이 좋게 나올 리가 없었다.
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던져준 메시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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