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넘은 나이에 배움의 한(恨)을 풀어줬고, 자신감과 희망을 가르쳐 준 고마운 배움터였습니다."
17일 오후 2시 대구 한남성인중'고등학교에서 만학도 205명(중학교 125명, 고등학교 80명)에 대한 졸업식이 열렸다.
중'고등학교 정규 졸업장을 받기 위해 '열공'해온 50~80대 어르신들이 2년간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영광의 졸업식을 가졌다. 이 학교는 교육부에서 지원'육성하고 있는 평생교육을 위한 2년제 성인학교로 배움의 꿈을 펼치지 못한 만학도에게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전문교육기관이다.
이날 졸업생 대표 박세순(61) 씨가 교육 활동을 담은 영상과 함께 졸업 소감문을 읽어내려가자 어르신들의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맺히더니 졸업식장은 금세 눈물바다로 변해 버렸다. 또한, 졸업생 전원이 교가를 부르는 대목에선 교사와 가족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들은 그동안 가난과 생계를 이유로 놓쳤던 배움의 길을 다시 찾아 소중한 졸업장을 따냈다. 이숙희(71) 졸업생은 "가난한 집안의 5남매 맏이로 태어나 7살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국민학교도 겨우 졸업했다"며 "못 배운 것이 평생의 한이었는데 이렇게 중학교를 졸업하다니 꿈만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 씨는 5급 척추장애임에도 수성구 범물동에서 두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결석 없이 학교에 다녔을 정도로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이들 외에도 새터민과 정규학교에서 부적응하여 중도 탈락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학교 설립자인 윤근수(71) 교장은 "교육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며 "2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학업에 정진해 졸업한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1990년에 개교한 한남성인중'고등학교는 지금까지 2천604명(중 1천448명, 고 1천15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고려대를 비롯한 전국의 명문대에 진학해 배움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입학은 매년 4월 말까지 선착순 모집이며 연령 제한은 없다. 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으로 수업료가 없으며,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나 수학능력시험 없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문의 053)631-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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