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인천 전자랜드 이현호가 "구단에서 코치직을 제의했지만 거절했다. 1년간은 주부로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호는 2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울산 모비스와 마지막 홈 경기에 앞서 13년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현호는 "주변에서는 배가 불렀다고 하지만 프로생활 동안 아버지로서 딸과의 시간이 없었고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잘하지 못했다"면서 "1년간은 그 역할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1980년생으로 올해 36세인 이현호는 경복고와 고려대를 거쳐 서울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 2003-2004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9분15초을 뛰며 3.16점을 넣어 신인왕에 뽑혔다.
안양 KGC인삼공사를 거쳐 2009-2010시즌부터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뛰었고, 프로에서 14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17분3초를 뛰며 3.94득점을 했다.
이현호는 우수수비상을 다섯 차례나 받았고, 정규리그 통산 552경기와 플레이오프 40경기에 출전했다.
이현호는 계약기간 2년 중 1년만 뛰고 은퇴를 결심한 데 대해 "다음 시즌 뛰려면 부상 부위를 수술해야 하는데 이러면 재활에 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랜드에서 제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다음 시즌 잘하는 모습을 보일거라 100% 보장할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포기 아닌 포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몸을 다치지 않았다면 단신용병들은 다 제 밥이 됐을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이현호는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으로 신인왕이 된 데 대해서는 "지금으로 따지면 연습생인데 저는 정말 복이 넘쳐났다"면서 "당시 김동광 감독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농구를 했고 서장훈 등 형들도 많이 가르쳐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안양 KT&G시절 유도훈 감독의 부임을 내심 반대했던 기억을 얘기하며 "(그럼에도) 감독님이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좋게 봐주셨다"면서 "전생에 무슨 인연인지 이런 인연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 3년차 때는 망나니처럼 생활했던 게 아쉽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농구 기술을 더 올릴 수 있는 시간을 그냥 보낸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현호는 흡연학생들을 훈계하며 '꿀밤'을 때렸던 사건을 떠올리며 "10년치 인터뷰를 한 번에 할 수 있던 기회였다"면서 "후배들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꼭 잡길 바란다"고 웃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어릴 때 저를 만나 수비형으로 포지션을 바꿨다"면서 "매년 수비부문에서 3~4위를 달리며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코치직은 계속 제의하고 있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고 애정을 보였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모두 화려한 농구를 하고 싶어하지만 이현호는 수비와 리바운드 등을 하는 만큼 감독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선발로 나선 이현호는 이날 약 2분간을 뛴 뒤 교체됐고, 2쿼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에서 다시 팬들에게 인사했다.
관중석에는 "당신이 보여준 열정, 그리고 전자랜드와 함께한 시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고 전광판에는 그의 활약상과 동료들의 인사말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모비스의 양동근이 꽃다발을 전달했고 전자랜드 선수들은 이현호를 헹가래쳤다.
이현호는 눈시울을 붉히며 "제가 이 정도 선수가 아닌데 이렇게 서게 해주신 팬과 구단관계자께 감사드린다"면서 "정말 즐거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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